사는 게 미안하고 잘못뿐인 것 같아서 - 이병률

작성자파랑새|작성시간26.06.21|조회수416 목록 댓글 0

사는 게 미안하고 잘못뿐인 것 같아서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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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실을 잘못 사용하더라도

 

계절이 한참 지나간 후에도 꽃대가 꽃을 내려놓지 못할지라도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리

 

그조차도 세상의 많은 조합일지니

나의 잘못이 아니리

 

찬바람이 여름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더라도

그래서 감기로 잠시 아프더라도

 

정녕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리

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는 것도

당신이 그에게 나머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까지도

 

생각을 만나지 않고 시장에 간 것

나의 잘못은 아니리

 

오후에 붙들려서 길을 따라 나선 것은

조금 맨발이 되자는 것이었으니

 

마음이 구덩이로 빨려 들어가 휘감기는 것도

그러곤 구덩이에서 꺼내지는 것도

찬바람이 시키는 계절의 일들일 테니

 

애써 모른 체한들

이 모든 것 나의 잘못은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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