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피아노 집의 봄 - 이종관
골목 피아노 집에
악보를 들고 소녀들은
피아노를 배우러 온다.
해는 피아노 집 지붕 위에
높은음자리표로 걸려 있다.
피아노 소리를 쪼아 먹고
솜방아리처럼 노란 부리를 재채기하며
피어나는 꽃들.
햇빛과 봄비가 섞인 흙으로 키운
화분의 꽃을 팔러
꽃장수는 피아노 집을 찾아온다.
빨랫줄에 앉아
첫 비행을 예감하며
눈부시게 날개를 떠는 새끼 제비들.
골목에 핀 냉이꽃도
피아노 집 빨랫줄의 빨래도
오늘은 하얀 건반이다.
피아노 집 담장 아래 핀
조그만 풍차 같은 민들레꽃.
내 마음 속에서도
노오란 꽃차가 돈다.
나는 삶이라는 악보를
옆구리에 끼고
골목 피아노 집에
봄을 배우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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