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맑은 과녁 3 / 성선경

작성자섬초롱|작성시간26.06.22|조회수320 목록 댓글 0

봄날의 맑은 과녁 3 / 성선경

봄날의 아침은 무엇보다 꽃바구니가 제격입니다만

봄날의 꽃값은 대목 장날의 생선보다 비싸지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 중 하나가 꽃값 꽃이 꽃값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잘못 꼴값으로 오독하기도 하지요 봄날은

자주 변덕이 심해 아침에는 안개가 저녁나절엔 가랑비가

옷깃을 적시기도 합니다 비에 젖은 꽃은 더 새초롬하여

봄날을 아련하게 합니다 비에 젖은 꽃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일 때 나는 봄날의 빚을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꽃은 봄날에 빚졌습니다 손 내민 적 없는

햇살에도 빚졌습니다 봄날의 아침은 무엇보다 꽃바구니가

제격입니다만 봄날은 자주 변덕이 심해 아무래도 꽃은

봄날에 빚졌습니다 나도 봄날에 빚졌습니다 꽃이 꽃값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잘못 꼴값으로 오독하기도 하는

봄날 고개를 숙인 꽃의 꽃말을 생각합니다 아침에는 안개가

저녁나절엔 가랑비가 옷깃을 적시기도 합니다만 꽃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일 때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당신에게 나는 빚졌습니다 빚진 마음은 빚진 마음으로

아련하지요 나는 저 봄날에 빚졌습니다.

- 성선경 시집 <풍죽>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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