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 이운룡

작성자솔바람|작성시간26.06.22|조회수449 목록 댓글 0

역설 / 이운룡

 

 

오래된 슬픔은 향기를 품는다

슬퍼서 소금이 된 알갱이는 빛을 머금어 투명하지만

썩은 슬픔은 검은 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썩어서 흘러나온 눈물이 마음을 적시고

마음울 키우는 거름이 된다면 나 또한

그렇게 푹 썩은 슬픔에 젖어

뒤돌아 훔쳐냔 눈물이고 싶다

덜 썩어 비린 풋냄새 나기 전에, 혹시는

썩다가 원색의 악의 꽃이 번져 중독되기 전에

아랫목 술항아리 불룩하고 따뜻한 백속

사랑과 미움이 보글보글 끓다가

마침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몸싸움을 다 끝내고 나면

참 조용하게도

온전히 숙성된 슬픔의 향기로 말갛게 발효되어

한 세상 걸쪽하게 물들일 때

내 몸 어딘가에서는 생수 터져 솟아나고

조만간 슬픔의 향기에 취해 쓰러질

어떤 늙은 사랑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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