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이라는 것 / 서영처
라닥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땅이다
투링은 암벽위의 꼼빠에 산다 만류하는 어머니를
울며 졸라 열 살에 출가했다 보이는 것이라곤 눈 덮인
산과 맑은 하늘뿐 아이는 또래의 도반과 얼음이 어는
추운 방에서 잔다 새벽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그 물 뿜어
얼굴을 씻는 아이 큰스님 되기가 소원이었지만
휑한 눈으로 멀리 산 아래를 한없이 바라볼 때가 있다
겨울 볕을 해바라기하며 두런두런 경전을 읽는 아이의
팔에 소름이 돋는다 붉은 사리를 두른 이, 혹한의
여백을 밀며 당기며 악기가 되어간다
- 서영처 시집 <피아노악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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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북인도 히말라야의 오지 ‘라닥’의
풍경은 동자승 ‘투링’이 ‘멀리 산 아래를 한없이 바라볼’ 때,
‘겨울 볕을 해바라기하며 두런두런 경전을 읽을’ 때
공명하고, ‘밀며 당기며 악기가 되어간다.’
그렇듯 시인의 촉수에 의해 공명하는 모든 사물들에게서
우리는 음악적 진동으로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음악과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삐걱거리며 열리는
그 소리를 엿듣는 것은 전혀 새로운 즐거움이다.
서영처 시인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
시집
『피아노악어』
『말뚝에 묶인 피아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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