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이라는 것 / 서영처

작성자미리내|작성시간26.06.23|조회수135 목록 댓글 0

공명이라는 것 / 서영처

라닥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땅이다

투링은 ​암벽위의 꼼빠에 산다 만류하는 어머니를

울며 졸라 열 살에 출가했다 보이는 것이라곤 눈 덮인

산과 맑은 하늘뿐 아이는 또래의 도반과 얼음이 어는

추운 방에서 잔다 새벽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그 물 뿜어

얼굴을 씻는 아이 큰스님 되기가 ​소원이었지만

휑한 눈으로 멀리 산 아래를 한없이 바라볼 때가 있다

겨울 볕을 ​해바라기하며 두런두런 경전을 읽는 아이의

팔에 ​소름이 돋는다 붉은 사리를 두른 이, 혹한의

여백을 밀며 당기며 악기가 되어간다

- 서영처 시집 <피아노악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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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북인도 히말라야의 오지 ‘라닥’의

풍경은 동자승 ‘투링’이 ‘멀리 산 아래를 한없이 바라볼’ 때,

‘겨울 볕을 해바라기하며 두런두런 경전을 읽을’ 때

공명하고, ‘밀며 당기며 악기가 되어간다.’

그렇듯 시인의 촉수에 의해 공명하는 모든 사물들에게서

우리는 음악적 진동으로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음악과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삐걱거리며 열리는

그 소리를 엿듣는 것은 전혀 새로운 즐거움이다.

서영처 시인

1964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대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

시집

『피아노악어』

『말뚝에 묶인 피아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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