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집 미자씨 / 김명기
막걸리집 이름이다 천상 막걸리 집을 위해 지어진 이름 같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 흙 바른 천장, 자그마한 방들
그 방안에 녹아들어 취한 사내들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건너편 작은 창고 양철지붕 위로 탕탕 떨어지는 설익은
땡감 소릴 듣다가
아, 듣다가
사는 게 얼마나 버거우면 저 푸르고 단단한 것들이 투신할까
한때 많은 푸르름들이 저렇듯 사라져갔지
단단하였지만 단단함만으로 살 수 없어 세상에 그 단단함을
내던졌던
죄 많은 소문이 그들을 묻었고 그리고 잊혀져갔지
그들의 푸른피를 수혈 받은 세상은 이렇듯 안녕한데
오늘 밤
잘 익은 술에 취해가는 것
취한 술에 내가 폭 익어가는 것
어쩌면 그것은 모든 단단한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도 모른다
며칠째 비가 내린다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은 어둠만큼이나 울울해진 가슴을 만지며
오지 않을 별들을 기다리며
- 김명기 시집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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