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留宿)의 길 위에서 / 이근모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23|조회수197 목록 댓글 0

유숙(留宿)의 길 위에서 / 이근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같은 삶이라서,
때로는 날카로운 말에 마음을 베이고
이유 없는 시선에 가슴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상처마저 가만히 쓸어안아 봅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이들도 결국은 삶의 무게에 비틀거리는
가여운 존재들일 뿐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세상 그 누구가 알아주지 않고 등을 돌려도,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속삭여 줍니다.
"너는 참 애썼다,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걷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편안한 유숙을 끝내고
잠시 빌린 이 처소를 떠날 때,
돌아보는 발자국마다 미련 없이 미소 짓고 싶습니다.
머물다 가는 그 모든 순간이 참 아름다웠노라고,
그리하여 참 아늑한 쉼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비록 가다가 깨어지고 망가진 꿈일지라도
그것을 품었던 시간만큼은 찬란한 희망이었고,
나를 키운 소중한 불꽃이었습니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크게 한번 웃어봅니다.
오늘 살아 있어 웃을 수 있다면,
그거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거면 됐어."
그렇게 우리, 남은 길도 다정하게 행복하십시다.
오늘이라는 선물 같은 하루를 향해,
다시 한번 힘차게 "화이팅"입니다.

이근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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