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작성자파랑새|작성시간26.06.23|조회수191 목록 댓글 0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무덤들은, 흰머리 할미꽃과 사금파리 살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 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연기는 나의 옛 캄캄한 골방은 어디로 갔을까

캄캄한 할아버지는, 캄캄한 기침소리와 캄캄한 고리짝은, 다 어디로 흩어졌을까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

 

 

 

-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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