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 고물상 - 원동우

작성자하늬바람|작성시간26.06.23|조회수197 목록 댓글 0

불국토 고물상 - 원동우

 

 

속내를 몰래 감춘 것들은 이곳에 올 자격이 없다

 

금가고, 쓸리고 찌그러지고 꾹꾹 밟혀
납작하게 터진 것들 누군가의 가슴에
박혔던 대못과 전선처럼 복잡하게 얽힌
심사라야 그 일생에 값을 쳐 준다

 

가끔 멀쩡한 녀석이 실려 온 적도 있었다.
비닐포장을 벗지도 못하고 상처 하나 없다면
쓴맛 단맛 아직 모르는 법, 가거라,
좀 더 살다 오너라 톡톡 먼지가 털려 쫓겨났다.

 

둥글게 등이 말린 노파가 파지와 박스를 내려놓고
삼천 원을 받아 들아 간 오후.

 

더는 내 세울 것 없는 생들이 소리에 몸을 맡긴다.
쇠붙이는 쇠붙이끼리 종이는 종이끼리, 병은
병끼리 상처로 상처를 덧대면서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
이곳의 소리, 전철을 다녀 살아온 생애만
가능할 수 있는 화엄의 세계.

 

고물을 걸어오는 화물차에 철 볼 머리 하나 실려 온다.
일꾼들이 어쩔까 손 놓고 보는데 바닥을 구르면서 갈 데까지
가본 녹슨 쇳덩이가 온순하게 눈을 뜬다.
불국도를 지긋이 둘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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