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최창균

작성자비둘기|작성시간24.08.27|조회수46 목록 댓글 0

* 나무 - 최창균

 


겨우내 침묵으로 서 있던 나무들이
이른봄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나무기둥의 색깔과 아주 다른
저 연녹색의 가느다란 우듬지를 보면

 

나무가 혀를 쑤욱 빼어문 듯 보인다
나무의 온 생각을 집중시켜놓은 듯
쉴새없이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허공을 길게 핥아나간다 그럴 때마다
허공은 파르라니 깨끗이 닦여
나무는 또 한번 세차게 발돋움한다
자꾸만 혀를 움직여 허공을 오른다
허공을 구부려 입 속에 넣는다
그렇게 나무는 자란다
혓바닥이 둥글게 말려 나이테 이룰 때까지
혀가 굳어 생각이 깊어지는 나무가 될 때까지 *


최창균시집[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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