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앞 - 고은

작성자비둘기|작성시간24.08.27|조회수49 목록 댓글 0

* 나무의 앞 - 고은  

 

 

보아라 사람의 뒷모습

신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저것이 신의 모습인가

 

나무 한 그루에도

저렇게 앞과 뒤 있다

반드시 햇빛 때문이 아니라

반드시 남쪽과 북쪽 때문이 아니라

그 앞모습으로 나무를 만나고

그 뒷모습으로 헤어져

나무 한 그루 그리워하노라면

 

말 한마디 못하는 나무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으면

바람에 잎새 더 흔들어대고

내년의 잎새

더욱 눈부시게 푸르러라

그리하여 이 세상의 여름 다하여

아무도 당해낼 수 없는 단풍

사람과 사람 사이

어떤 절교로도

아무도 끊어버릴 수 없는 단풍

거기 있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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