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 허림
가끔 전생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 생각을 끌고 산속으로 들어서곤 했다
몇백 년을 산 나무 아래 요람에 누운 듯 잠들곤 했다
바람이 불었고 나뭇잎 같은 햇살의 무늬가 몸 위로 지나갔다
지금은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다만 그런 마음 툭 끊고 시(詩)나 생각하며
아침을 맞이하는 기억의 이면, 지금 나는 현세에 살고 있다
유세차 모년 모일 자정에 깨어 전생에서 돌아와 구둘장에 누워 뒹군다
한 마리 짐승이 입김 허연 긴 한숨 내뿜으며 마흔이 훌쩍 넘도록 덤으로 산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야간경비를 서는 친구를 만났다
소주에 국밥을 먹고 밤새 별과 어둠의 노래로 긴 목줄기를 적셨다
책 표지가 없는 책을 읽다가 잠들었나보다 그 이전의 시간은 푸른 안개처럼 되감겼다
전생의 기억은 캄캄하다 전나무 숲으로 들어서는 밤 열한 시.
불쑥 내 손을 잡고 끌고 간 길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의 길이라는 듯 따뜻하다
전나무 숲을 지나온 별들이 내 몸의 혈마다 전나무 바늘잎을 꽂는다
산죽 이파리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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