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의 힘 - 박현웅

작성자빗새1|작성시간24.08.27|조회수337 목록 댓글 0

얼룩의 힘 - 박현웅



지난여름 본가에서 묻은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
오래된 사진을 꺼내든 늙은 손,
넘겨다보는 젊은 눈

가족사진의 가지런한 얼굴들 사이에 비스듬한 웃음이 끼어있다
태어나 한 번도 그친 적 없는 그 웃음엔
어떤 치명이 섞여 있었을까
노모의 잦았던 사설에도
쉽게 들지 않는 그늘, 얼룩이 있었으니
이생의 흘린 웃음을 닦아주던 손이
이제는 날마다 그의 후생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잠깐의 외면, 먼 곳의 나무들이 바람을 빌려주는 모양을 본다
마당의 나무 밑은 얼룩이 한창이고 툭,
잘 익은 살구가 떨어질 때마다 휘었던 허리를 펴는 가지들
오리 몇 마리 식솔을 데리고 와
살구나무 아래에 앉아 폭염을 견디고 있다
얼룩만한 절실切實이 어디 있겠는가
저 맹지에 찾아드는 몇 마리 금수禽獸들도
얼룩의 품에 들어 낮잠을 자듯
多數를 찾아 드는 것들, 다 가족이 아닐는지


천천히 얼룩들이 돌아가는 시간
밤에 웬 먼 길이냐는 타박을 뒤로하고 시동을 걸었던가
한참동안 서로 멀어질 그 쯤
서성거리고 있을 얼룩의 거대한 몸을 그 때 본 것도 같다.
휙휙 마을 입구의 고목들이
거대한 얼룩 속으로 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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