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 이시영
은어가 익는 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수박이 익는 철이었다.
통통하게 알을 밴 섬진강 은어들이 더운 몸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찬물을 찾아 상류로 상류로 은빛 등을 파닥이며
거슬러 오를 때였다. 그러면 거기 간전면 동방천 아이들이나
마산면 냉천리 아이들은 메기 입을 한 채 바께쓰를 들고
여울에 걸터앉아 한나절이면 수백마리의 알 밴 은어들을
생으로 훑어가곤 하였으니, 지금 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밤이면 더운 우리 온몸에서도 마구 수박내가 나고
우리도 하늘의 어딘가를 향해 은하수처럼 끝없이 하얗게
거슬러 오르는 꿈을 꾸었다.
- 이시영 시집 <은빛 호각>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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