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윤리, 혹은 관계의 최소주의 ― 홍수희 「딱 한 사람」 평론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07|조회수677 목록 댓글 1

딱 한 사람/ 홍수희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어줄 이!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눈빛만 보아도

내 마음의 낯빛을 읽어줄 이!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내가 엉뚱한 길로 방향을 틀 때

아니야! 따끔 꼬집어줄 이!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나 또한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리니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깜박이는 반딧불이 되어주리니

 

더도 말고,

딱 한 사람이면 넉넉하다

 


 

 

한 사람의 윤리, 혹은 관계의 최소주의

홍수희 딱 한 사람평론

 

 

홍수희의 「딱 한 사람」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 시다. 시인은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라는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면서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노래한다. 현대 사회가 수많은 관계망과 소통의 홍수 속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사람의 진정한 이해자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이 시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명료함에 있다. 독자는 시를 읽는 순간 시인이 말하려는 바를 어렵지 않게 이해한다. 이해받고 싶고, 길을 잃을 때 붙잡아 줄 누군가를 원하며, 동시에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다.

그러나 문학적 완성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은 장점만큼 분명한 한계도 드러낸다.

 

 

반복의 효과와 위험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라는 구절의 반복이다.

 

반복은 시에서 매우 강력한 장치다. 반복은 리듬을 만들고 의미를 강조하며 정서를 축적한다.

이 시 역시 반복을 통해 화자의 확신을 보여준다.

 

첫 번째 반복은 소망이고,

두 번째 반복은 공감의 욕구이며,

세 번째 반복은 삶의 방향을 바로잡아 줄 존재에 대한 갈망으로 확장된다.

 

그런 점에서 반복은 일정 부분 성공적이다.

하지만 반복은 변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쉽게 평면화된다.

 

이 작품에서는 반복되는 문장이 매번 비슷한 의미권 안에서 움직인다.

독자는 첫 연에서 이미 시의 핵심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고, 이후의 연들은 그 의미를 확대하기보다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

따라서 반복이 깊이를 만들기보다는 다소 설명적인 나열로 읽히는 측면이 있다.

 

 

시인가, 격언인가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보다도 좋은 문구 혹은 잠언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내 마음을 읽어줄 이"

"따끔 꼬집어줄 이"

"그런 사람이 되어주리니"

 

와 같은 표현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언어 자체가 지나치게 일상적이다.

 

좋은 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감정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반면 이 작품은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독자는 감동을 받을 수는 있지만 놀라움은 경험하지 못한다.

시적 발견보다 삶의 교훈이 앞서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 반딧불이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단연 마지막 부분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깜박이는 반딧불이 되어주리니"

앞선 연들이 다소 관념적이었다면 여기서 비로소 시는 하나의 형상을 얻는다.

반딧불이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작은 빛을 보내는 존재다.

그 빛은 강하지 않다.

세상을 밝힐 만큼 크지도 않다.

그러나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빛이다.

특히 "깜박이는"이라는 수식어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위로란 태양처럼 완전한 빛이 아니라 때로 희미해지고 흔들리는 빛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 한 구절 덕분에 시는 단순한 교훈시의 수준을 넘어선다.

 

 

관계의 수량학

 

흥미로운 것은 시인이 "많은 사람"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백 명의 연락처를 가지고 살고,

수천 명의 온라인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시인은 그 모든 숫자를 지워 버리고

"딱 한 사람"

만을 남긴다.

 

이때 한 사람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선언이다.

진정한 이해는 다수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깊은 관계에서 온다는 믿음이 이 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관계 과잉에 대한 조용한 반론으로도 읽힌다.

 

 

종합 평가

 

홍수희의 「딱 한 사람」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따뜻하게 노래한 서정시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 바른 길로 이끌어 줄 동반자를 원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 또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다.

 

다만 문학적 측면에서 보면 언어가 지나치게 평이하고, 이미지의 밀도가 높지 않으며, 시적 긴장보다 교훈적 메시지가 앞선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복 구조 또한 의미의 심화를 이루기보다 동일한 정서를 재확인하는 데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깜박이는 반딧불이 되어주리니"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그 한 줄은 인간관계의 이상을 거창한 언어가 아닌 작고 따뜻한 빛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결국 이 시는 위대한 시적 발견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기보다,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이 관계의 본질에 대해 조용히 건네는 진심 어린 고백에 가깝다. 그리고 때로 문학은 화려한 수사보다 그런 진심 하나로도 충분히 독자의 마음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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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수희 | 작성시간 26.06.08 선생님, 따끔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 카페로 모셔갑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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