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 강정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죽음을 거꾸로 삼키는 노래
― 강정의 「노래」 읽기
강정의 「노래」는 제목과 본문 사이에 존재하는 낯선 긴장으로부터 독자를 시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일반적으로 '노래'란 생의 환희와 정념, 혹은 슬픔의 정서를 운율 속에 담아내는 장르적 기억을 불러온다. 그러나 이 시는 시작부터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라고 말하며 독자를 생리학과 환각,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기묘한 공간으로 인도한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해 생존을 강요하는 시대에 대한 역설적 생명 찬가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부정의 명령은 결국 가장 강렬한 삶의 긍정으로 귀결된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시의 미학적 핵심이다.
1. 호흡의 시학
시의 첫 구절은 매우 인상적이다.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푸른 공기'는 실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는 이상하게도 그것을 상상하게 된다. 여기서 강정은 현실의 사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상태를 가시화한다.
공기는 원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 이것이 시의 본질이다.
푸른색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색채다. 맑은 하늘의 색이면서도 시체의 혈색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다. 따라서 '푸른 공기'는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존재론적 상태를 암시한다.
이어지는 구절,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는 더욱 충격적이다.
죽음은 보통 추상적 관념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을 "씹힌다"고 표현한다. 더욱이 "물컹하게" 씹힌다.
죽음이 관념이 아니라 육체적 감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이때 독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씹는 경험을 하게 된다.
2. 해체된 상식과 초현실적 상상력
강정의 시적 세계는 언제나 상식을 뒤집는 데서 출발한다.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일상적 언어 체계에서 이 문장은 오류다.
그러나 시는 오류를 통해 새로운 진실을 생산한다.
금연과 금주조차 하나의 강박이 된 현대사회에서 시인은 역설적으로 말한다. 끊으려고 하지 말라고.
삶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통찰이 숨어 있다.
이어지는 장면은 더욱 환상적이다.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여기서 '책'과 '나무'는 순환 관계를 형성한다.
원래 나무는 책이 된다.
그런데 시 속에서는 책이 다시 나무가 된다.
이는 문명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역전의 순간이다.
독서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생명의 회복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다.
강정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3. 사랑이라는 내부의 포식자
이 시의 백미는 단연 사랑에 대한 독창적 비유이다.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랑은 일반적으로 성장, 탄생, 꽃, 빛 등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강정은 사랑을 포식 행위로 묘사한다.
사랑은 우리 안에 기생하던 오래된 두려움과 상처, 관습과 체념을 먹어치우는 생물이다.
따라서 사랑은 감상적 정서가 아니라 생존의 구조를 바꾸는 생명체가 된다.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이라는 표현 또한 흥미롭다.
강정은 시 속에서 고상함을 거부한다.
그는 육체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생리적인 기관까지 끌어들여 사랑의 물질성을 증명한다.
이러한 육체성은 한국 현대시에서 흔히 발견되는 관념적 사랑의 서정을 근본적으로 해체한다.
4. 백기의 역설
시의 마지막 연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결론이다.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백기는 항복의 상징이다.
그러나 여기서 백기는 패배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경쟁과 욕망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킨 상태다.
더 이상 싸우지 않는 존재.
더 이상 증명하려 하지 않는 존재.
그것이 바로 시인이 말하는 '백기'이다.
특히 "무국적의 백기"라는 표현은 놀랍다.
국가도,
이념도,
소속도,
정체성도 벗어버린 존재.
그저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만이 남는다.
이는 불교의 무아(無我)와도 닿아 있으며, 노자의 무위(無爲)와도 연결된다.
5.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마지막 행은 이 시 전체를 뒤집는다.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보통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즐거워지려 한다.
그러나 시인은 반대로 말한다.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여기서 죽음은 소멸이 아니다.
삶이 절정에 이르러 자기 경계를 잊는 상태이다.
황홀경이며 해탈이며 몰아(沒我)의 순간이다.
결국 이 시에서 죽음은 삶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가장 충만해진 순간의 다른 이름이다.
총평
강정의 「노래」는 죽음과 사랑, 육체와 영혼,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창적 상상력의 성취이다. 이 시는 삶을 긍정하기 위해 삶을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함으로써 더 깊은 생명의 차원에 도달한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죽음을 공포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 데 있다. 죽음은 물컹하게 씹히고, 사랑은 기생충을 잡아먹으며, 백기는 바람 없이 춤춘다. 이러한 전복적 이미지들은 현대인이 짊어진 생존의 강박을 해체하고, 존재를 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강정의 「노래」는 결국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수행문이다. 살아남기 위한 노래가 아니라, 삶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고 비로소 살아 있게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역설의 찬가이다. 그리고 그 찬가의 끝에서 우리는 시인이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명령을 듣게 된다.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이 한 줄은 한국 현대시가 도달한 가장 자유로운 생의 선언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