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질을 향한 섬세한 탐색 ― 홍수희의 「사랑한다는 말은」 평론

작성자빗새|작성시간26.06.21|조회수531 목록 댓글 1

사랑한다는 말은/ 홍수희

 

 

풀벌레의 날개에 사뿐 앉은

휘파람이죠

 

꽃잎 위에 살포시 앉은

노란 나비거든요

 

민들레 홀씨를 호오 부는

하얀 입김일까요?

 

바람의 깃털 사이 스민

그리움이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우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랑한다는 말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숨처럼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의 본질을 향한 섬세한 탐색

홍수희의 사랑한다는 말은평론

 

 

홍수희의 「사랑한다는 말은」은 사랑이라는 가장 익숙한 감정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만드는 서정시다. 사랑을 정의하려 하지 않고, 사랑의 무게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시인은 사랑이라는 말을 둘러싼 여러 이미지들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며, 끝내 정의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 시는 사랑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사유의 과정이며, 질문과 비유를 통해 독자의 마음속에 사랑의 의미를 되살려낸다.

 

시는 매우 가볍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시작된다.

풀벌레의 날개에 사뿐 앉은

휘파람이죠

이 표현은 사랑의 섬세함과 조심스러움을 상징한다. 풀벌레의 날개는 쉽게 흔들리고 상처 입을 수 있는 존재다. 그 위에 내려앉는 휘파람은 무게가 없는 듯 가볍다. 사랑의 첫 순간이란 어쩌면 이렇게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다가섬일 것이다.

 

이어지는

꽃잎 위에 살포시 앉은

노란 나비거든요

라는 구절 역시 같은 맥락을 이어간다. 꽃과 나비는 오래된 사랑의 상징이지만, 시인은 "살포시"라는 부사를 통해 사랑의 태도를 강조한다. 사랑은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며,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중반부에 이르면 사랑은 더욱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주된다.

민들레 홀씨를 호오 부는

하얀 입김일까요?

여기서 사랑은 생명을 멀리 보내는 힘이 된다. 민들레 홀씨는 떠남과 확산의 상징이다.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바람이 되어주는 행위일 수 있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또한

바람의 깃털 사이 스민

그리움이죠?

라는 표현은 매우 시적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 속에 스며드는 그리움처럼 사랑 또한 형태가 없고 붙잡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임을 암시한다. 특히 의문형 어미를 반복함으로써 시인은 사랑을 단정하지 않는다. 사랑을 설명하기보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독자를 초대한다.

 

이 작품의 중심은 다음 두 행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우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이 역설은 사랑의 본질을 압축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발음하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말이다. 그 자체는 매우 가볍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한 사람의 삶과 책임, 헌신과 기다림, 기쁨과 상처가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가장 가벼운 동시에 가장 무거운 말이 된다.

 

후반부는 반복을 통해 정서를 고조시킨다.

사랑한다는 말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여기서 시는 점차 설명을 버리고 본질로 들어간다. 수많은 비유가 지나간 뒤 남는 것은 결국 "너"라는 존재다. 사랑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를 향한 마음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 행.

숨처럼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이 종결은 매우 아름답다. 숨은 의식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생명의 조건이다. 살아 있는 동안 멈출 수 없는 행위이며, 존재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숨처럼 사랑한다"는 말은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랑이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시의 미덕은 과장된 감정이나 화려한 수사에 있지 않다. 오히려 작은 자연물들, 풀벌레·나비·민들레 홀씨·바람 같은 가벼운 존재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가벼움이 결국 가장 무거운 의미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홍수희의 「사랑한다는 말은」은 사랑을 설명하는 시가 아니라 사랑의 결을 만지게 하는 시다. 독자는 시를 읽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기보다,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이 시의 힘이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이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풀벌레 날개 위의 휘파람처럼, 꽃잎 위의 나비처럼, 그리고 숨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임을 말한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아름다운 서정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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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홍수희 | 작성시간 26.06.22 new 선생님, 또 훔쳐갈게요.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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