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설화/ 황주석
음력 오월 초닷새
그 단옷날
반나절은 꽃남들이 봄빛으로 오고
반나절은 꽃녀들이 여름으로 오더라
두루마리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태양마저 식어 갈 때
깊은 골 계류溪流 위 고갯마루
오솔길 솔솔 솔 오르는
늘 그 자리에서 바람의 여신을 기다리는 외로운 정령
그날도
돌탑을 지키며 서 있더라
마을을 지키는 신령스러운 수호신
단오절만 되면
두 팔뚝 걷어붙인다
어우렁더우렁 그네를 매달아
마을의 꽃남 꽃녀들에게 내어준다
몇 날 며칠을
어우렁더우렁 재잘거리라고
색동저고리 허리춤에 띠를 두른 꽃님들
어우렁그네에 속곳이
너펄거리고
창포 내음 그윽한 긴 머리를 휘감아
보랏빛 꽃구름 차고 오르네
들숨 날숨 입 맞추네
바람의 여신이 밀당하는 어우렁그네
다들 속살거리는 속곳,
들락거리는 구경에 정신이 팔렸네
꽃녀들의 가슴 하늘 높이 날아오르니
정령의 심장은 불뚝거리고
지나는 길손들 마음도
흔들, 흔들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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