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상 발원지
지리산 천왕봉(天王峰)
대학동창들과 함께 이번 지리산 천왕봉 등정을 위해 2박을 한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의 '느티나무산장'이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등반하기에 무척 편리한 곳이었다.
산장 옆으로 지리산에서 발원한 '강청천'의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어서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이 일대는 백무동계곡으로 불리운다.
느티나무산장 바로 옆에는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첫날 저녁 갈비탕과 천왕봉 등정 후 내려온 둘째날 저녁에 약초백숙을 먹었다.
백무교 앞이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05:56 ~ 09:50, 4시간 6분)
백무교를 지나면 바로 백무동탐방지원센터가 기다리고 있다.
백무동의 유래
백무동탐방지원센터의 '백무동(白武洞)'이라는 이름은 원래 그 지역의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지리산 함양군 마천면의 백무동은 예로부터 "무당 100명이 살던 마을"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지리산의 신령한 기운을 받기 위해 무당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백(百) 명의 무(巫)당이 사는 골짜기, 즉 백무동(百巫洞)이라 불리게 되었고, 이후 한자가 백무동(白武洞)으로 표기되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천왕봉 등정의 시작이다. (5:56)
오늘의 등반 여정은 백무동탐방지원센터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백무동탐방지원센터의 원점회귀 코스이다. (왕복 15km)
안치환 9집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시)
백무동에서 1.2km 올라온 지점이다. (6:23)
백무동에서 1.8km 올라온 '하동바위' 지점이다. (6:44)
하동바위
일명 곡암으로서, 제석봉으로부터 내려온 한 줄기 능선 끝에 위치한 바위이다. 높이 약 13m, 둘레 약 15m로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전해오고 있다.
- 옛날 하동수령이 상봉에 오르다가 이곳에 이르러 힘이 다해 통곡을 하고서 돌아갔다고 곡암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 옛날 백두산으로 향해가던 하동의 바위가 이곳에 이르러 힘들어 멈추었다는 설악산 울산바위와 같은 야사가 있다.
이런 돌들을 날라다 길을 낸 이들 덕분에 과거에 비해 안전하게 오고갈 수 있는 것이다.
'참샘안전쉼터'에 이르렀다. (7:22)
백무동으로부터 2.6km 올라온 지점으로서 이곳까지 약 1시간 30분 걸렸다. 이름과 달리 이곳의 샘물은 마실 수는 없고, 그냥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참샘안전쉼터에서 조금 올라가니 반달가슴곰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다.
참샘에서 약 400m의 깔딱고개를 치고 올라온 '소지봉' 지점이다. 참샘에서 이곳까지가 천왕봉 등정의 1차 난코스에 해당한다. (7:58)
소지봉은 백무동에서 3km 올라온 지점으로서,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이제 이곳 소지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2.8km 남았다.
백무동에서 4.3km 올라온 지점이다. (8:58)
지금까지 숲속에 둘러싸여 올라오다가 이제사 시야가 넓어지는 지점이다. 멀리 장터목대피소의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다. (9:50)
백무동에서 5.8km 지점으로서,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장터목대피소는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서, 천왕봉 등정의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특히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대개 1박을 하는 곳이다. 물론 예약은 필수이다.
이곳은 함양의 백무동탐방지원센터에서 5.8km, 산청의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서 5.3km 지점으로서 양쪽의 중간지점에 해당한다. 옛부터 양쪽 지역의 장터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해서 '장터목'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국동란시기 지리산 빨치산들의 주 루트이기도 하였다.
장터목대피소의 취사장이다.
대체적으로 1박을 하기 위해 가져온 식량으로 일용할 양식을 취사하는 곳이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10:02 ~ 11:58, 1시간 56분)
우리는 당일치기 등반이기 때문에 간단히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천왕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10:02)
이곳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남았지만 점점 경사가 올라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천왕봉을 위하여!
뒤돌아서 장터목대피소의 전경을 담아본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 가는 초입부터 꽤 깔딱고개이다.
올라가는 도중에 종회형만이 알고 있는 확 트인 기막힌 쉼터가 숨어 있었다. 저 밑이 산청군의 중산리 지점이다.
이곳에서 가져온 식량으로 점심 겸 에너지를 보충하였다. (10:13)
이제부터는 천왕봉 가는 길목의 '고사목 지대'이다.
특별보호구역으로서 출입금지 팻말이 보인다.
이곳 천왕봉 일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산림식물의 유전자와 종 및 산림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산림보호법 제7조 제 1항의 규정에 따라 지정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것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들이 여전히 꼿꼿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600m 올라온 '제석봉쉼터'이다. (10:47)
제석봉쉼터에는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가 있다.
1831년 발행된 '중국전도'에는 조선의 산 중에서 백두산과 지리산만이 표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전기 남효온은 지리산의 이로움을 성인에 비유한 '유천왕봉기'란 유람록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곳 제석봉 일대에 고사목들이 많다. 조선시대에도 지리산에 고사목이 많았던 것 같다. 조선 전기 김종직의 '유두류록(1472)에 지리산의 고사목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산등성이에 있는 나무들은 바람과 운무에 시달려 천수를 누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 전망대에서 저 멀리 천왕봉의 위용을 조망해 볼 수 있다.
바로 눈 앞인 것 같지만, 항상 정상은 쉽게 허락해주는 법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최고의 산 아닌가.
고지가 눈 앞이다. GO GO~
장터목대피소에서 1km 온 지점이다. 이제 천왕봉까지 700m 남았다. (11:03)
지리산은 대체적으로 육산인데, 이 지점에 오니까 암봉들이 보인다.
천왕봉 가기까지의 데크 계단길과 난간 길들이 쭉 이어져 있다. 마지막 난코스 길인 것이다.
하지만 또한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이기도 하다.
반달가슴곰 주의 알림종이다.
알림종을 치면 반달가슴곰도 놀라서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천왕봉을 500m 앞 둔 '통천문' 지점에 이르렀다. (11:23)
우리나라 여늬 산에 많이 있는 통천문이 천왕봉가는 길목에도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그 사이를 철제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오르는 문'이다.
통천문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풍광이다.
마지막 가파른 데크 계단길이다.
오늘은 날씨가 드물게 쾌창한 날이어서 멀리까지 지리산 연봉들이 뚜렷히 보인다.
저 멀리 왼쪽이 노고단이고, 오른쪽이 반야봉이다. 하트 모양의 반야봉 위로 구름이 절묘하게 걸쳐 있다.
말라서 죽은 나무이지만, 이 고사목들은 여전히 지리산의 명물 호위무사들이다.
칠선계곡상단에 이르렀다. 칠선계곡을 통해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었다. 이제 천왕봉까지 200m 남았다. (11:46)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지리산 능선들이다.
이제 고지가 눈 앞이다.
이 마지막 200m 너럭바위지대만 오르면 대망의 천왕봉이다.
점점 심장의 고동소리가 높아진다.
드디어 7.5km를 6시간 정도 쉬엄쉬엄 걸어서 천왕봉에 이르렀다. (11:58)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5.8km (4시간 6분)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1.7km (1시간 56분)
지리산은 한남도 이남에서 가장 높은 어머니의 산이다. 그 중 최고봉인 천왕봉은 1915m이다. (섬까지 따지면 제주도 한라산이 1947m로서 가장 높다)
천왕봉 정상 소요유
(12:00 ~ 13:00, 1시간)
천왕봉 정상은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받치는 형상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마침내 저 능선 밑에서 한반도 이남 최고봉에 올라섰다.
천왕봉의 의미
1. 백두산 남쪽에서 제일의 봉우리라는 뚯이다. 천왕봉의 웅장하고 걸출한 모습을 체감하고 나서 천왕봉이 우리나라 모든 산 중의 으뜸이라고 새로 인식한 것이다.
2. 천왕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천왕봉에 오른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다른 산이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예를 갖추는 신하들처럼 구부리고 있다고 언급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천왕봉에 오르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정상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는 일이다. 등산객이 몰리면 수십분 기다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한산한 편이어서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드디어 종회형, 광식이와 함께 단체로 감격의 인증샷을 남겼다.
1982년 경상남도가 정상에 표지석(높이 1.5m)을 세웠으며, 이후 이 비석은 천왕봉을 찾는 이들의 기원과 바람을 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천왕봉을 오르게 되었는데, 그동안 무릎 부상으로 엄두를 못내다가 마침내 소망을 이룬 날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랐으니, 다른 산들에 대한 두려움이 이제 없을 것 같은 근자감이 생기는 듯하다.
정상표지석 너머 한 단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찍은 모습이다.
마치 표지석 위에 올라서서 찍은 것 같은 모양새인데, 실제로 천왕봉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정상표지석 뒤에는 이런 감동적인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이런 곳이니 한국인이라면 어찌 올라오고 싶지 않겠는가.
좀 더 일찍 올라와서 기상을 받았어야 했는데, 65세가 다 되서 이제사 올라왔지만 이제라도 와서 여한이 없다.
(지리산 천왕봉의 파노라마)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산의 바다와 손 닿을 듯이 가까운 하늘이 있는 천왕봉 정상이다.
지리산은 과거부터 두류산 혹은 방장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워져 왔다.
산청의 중산리쪽으로부터 천왕봉으로 올라오는 길목이다.
이순간 인생의 버킷 하나를 해결했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고 흐믓하기만 하였다.
등반 선수인 종회형의 가이드가 큰 힘이 되었다.
천왕봉 바로 아래에 '천왕봉 성모상'이 조성되어 있다.
고려시대부터 천왕봉 정상에는 성모상과 판잣집 성모사가 있었다고 한다. 산 인근의 사람들이 천왕성모를 신령으로 여겨, 질병이 있으면 반드시 성모에게 기도하였다고 한다. 1970년대 어느 시점에 성모상이 분실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25년에 산청군 시천면 주민들의 염원이 모여 천왕봉에 성모상이 복원되었다. 이는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져 온 역사와 전통을 회복하는 문화복원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나도 천왕봉 성모상 앞에서 우리가족과 지인들의 건행을 빌어보았다.
지리산 천왕봉은 행정구역상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해당한다.
천왕봉에서
백무동탐방지원센터로
원점회귀
(13:00 ~ 17:40, 4시간 40분)
약 1시간 가량의 감격적인 천왕봉 소요유를 마치고, 이제 다시 백무동으로 원점회귀 시작이다. (13:00)
오늘은 북중미 월드컵 우리나라와 체코의 첫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내려가는 도중에 우리가 2:1대 역전승을 한 방송을 듣고 기쁨이 두배가 된 날이었다.
통천문에서 내려가는 중이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13:50)
이후 4시간 40분 가량의 기나긴 하산길 끝에 백무동탐방지원센터로 무사히 원점회귀하였다. (17:40)
15km를 장장 11시간 40분 가량 걸은 지리산 천왕봉 등정길이었다. 무릎이 안좋은 나에게 페이스를 맞춰준 종회형과 광식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