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는 앞쪽에서 침투를 준비하는 요케레스의 움직임을 포착하느라, 뒤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던 아르테타를 알아차릴 겨를이 없었다. 에제는 공을 뒤로 돌려 점유율을 유지할 수도 있었고, 바로 앞에 있던 벤 화이트에게 간단한 패스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케레스가 수비 라인 뒤로 침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에제의 패스는 측면으로 길게 연결됐고, 요케레스는 공을 지켜낸 뒤 안쪽으로 내줬다. 공을 받은 사카가 마무리하며 스코어는 2대0이 됐다.
오늘 밤,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다투는 상황에서 아르테타는 바로 그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르테타는 아스날의 시즌을 좌우할 중대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드디어 제 기량을 되찾은 에제
에제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에 완벽한 흐름을 타고 있다. 이제 그는 아스날 유니폼이 점점 몸에 맞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68m 파운드라는 이적료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이제는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
1차전에서는 평소 공격 전개의 핵심인 외데고르가 너무 깊고 측면으로 내려가 플레이하면서 요케레스에게 제대로 공을 공급하지 못했다.
라이스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종종 센터백 사이에 있었는데, 문제는 외데고르까지 자주 내려오면서 미드필드와 공격진 사이에 공간이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60분 무렵 에제가 교체로 들어오자마자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더 높은 위치, 더 중앙에서 공을 받았고, 공을 전방으로 보내려는 의지가 훨씬 강했다. 1차전에서 두 선수의 패스 맵을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에제는 이따금 아르테타의 의도와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카의 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공을 다룰 때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외데고르와 에제 둘 다 기용?
아틀레티코는 예전처럼 뻣뻣하고 수비적인 팀이 아니다. 1차전에서 아스날보다 더 많은 점유율과 슛을 기록한 팀이 바로 아틀레티코였다.
아틀레티코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압박받을 때는 여전히 5백으로 내려앉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 아르테타는 틈새를 찾아낼 능력과 용기를 갖춘 선수들이 필요할 것이다. 요케레스 역시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활동량에도 동료들의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케레스의 뒤 공간에 두 명의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가 있고, 오른쪽에는 폭발적인 사카가 있다면, 그중 한 자리는 반드시 에제가 맡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에제와 함께 뛸 다른 한 명이 누구냐는 점이다. 외데고르가 선발 출전하고 에제를 왼쪽으로 옮기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에제는 왼쪽에서 고전하고 있다.
외데고르를 중앙에서 에제와 함께 기용한다면, 수비멘디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 라이스는 결장할 일이 없다. 그는 6번 역할에서 팀에 너무나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자리를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또 다른 아스날의 젊은 재능이 있다.
오디션을 통과한 루이스 스켈리
만약 아스날이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침투력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알바레스와 그리즈만을 상대하며 라이스를 도울 수 있는 거친 몸싸움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면, 루이스 스켈리만큼 풀럼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도 드물다.
루이스 스켈리는 중앙 미드필더로 첫 선발 출전했음에도 경기를 지배했다. 아르테타조차 그에게 기회를 주는 데 너무 오래 걸렸음을 인정했다.
1차전에서는 수비멘디가 더 공격적인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요케레스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PK를 끌어냈지만, 그런 전진적인 플레이는 그의 본래 스타일은 아니다.
반면 풀럼전에서 루이스 스켈리는 모든 것을 해냈다. 아스날 센터백 다음으로 많은 터치를 기록했고, 라이스보다도 더 많은 볼을 만졌다. 전진 드리블은 팀 내 두 번째로 많았고, 태클은 가장 많았다.
66번의 패스 중 64개를 성공하며 선발 선수 중 최고 정확도를 기록했는데, 단순히 횡패스나 백패스가 아니라 수비진을 가르는 패스들이었다.
아틀레티코전에서 수비멘디가 더 전진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루이스 스켈리는 풀럼전에서 더 높은 위치와 더 깊은 위치 모두에서 공을 터치했고, 드리블 전진 횟수는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단 한 경기만 선발 출전한 선수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투입하는 것은 큰 도박이다. 하지만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역사적인 경기에서 팀을 지배하며, 큰 무대에 어울리는 선수임을 이미 증명했다.
리그 페이즈 4대0 승리에서도 루이스 스켈리의 능력은 드러났다. 당시 그는 명목상 왼쪽 풀백이었지만, 중앙으로 자주 이동해 볼을 운반했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돌파 후 마르티넬리에게 찬스를 만들어준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중앙에서 공을 다루며 보여주는 루이스 스켈리의 과감성은 이번 시즌 창의성이 부족했던 아스날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르테타에게 가장 쉬운 선택은 수비멘디를 다시 투입하는 것이다. 풀럼전에서 휴식을 준 것도 계획의 일환이었다. 아르테타는 원래도 쉽게 모험을 감수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하물며 모든 것이 걸린 경기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