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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넨카킥 탄생 50주년

작성자갈라티코2기|작성시간26.06.20|조회수1,650 목록 댓글 6

 

안토닌 파넨카는 1976년 유로 결승전에서 서독을 꺾고 체코슬로바키아에 우승을 안긴 대담하고 혁신적인 페널티킥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킥은 축구 역사를 바꿨을 뿐 아니라, 굴욕을 당한 골키퍼 제프 마이어와 관계도 틀어지게 했다.

 

“그는 35년 동안 저한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제 얼굴이 그려진 표적판을 차고에 걸어두고 다트를 던졌다는 기사도 읽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꽤 잘 지냅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 탄생한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베오그라드의 결승전은 연장전까지 2대2로 끝났다. 체코슬로바키아와 당시 세계 챔피언 서독은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메이저 국제 대회 역사상 최초의 승부차기다. 사실 승부차기는 처음 계획에 없었다. 원래는 재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독일 축구협회의 요청으로 조직위원회가 승부차기를 선택했는데, 파넨카는 독일 대표팀이 이미 휴가를 예약한 상태여서 승부차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울리 회네스가 독일의 네 번째 킥을 크로스바 위로 날려버리면서, 파넨카에게 우승을 확정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공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역사가 만들어졌다.

 

짧은 도움닫기, 순간적인 멈춤, 그리고 발끝으로 살짝 찍어 올리는 섬세한 터치. 공은 정중앙으로 천천히 떠올랐고, 마이어는 한쪽 구석으로 몸을 날렸다. 잠시 공은 베오그라드의 공중에 멈춰 있는 듯 보였다가 골망 안으로 떨어졌다. ‘Panenka’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선수가 이를 따라 했다. 지단은 2006년 월드컵 결승에서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떨어지는 파넨카를 성공했고, 피를로는 유로 2012에서 조 하트를 완벽하게 속였다.

 

하지만 실패 사례도 있었다. 1992년 리네커는 브라질전에서 실축하며 찰턴의 잉글랜드 최다골 기록과 동률이 될 기회를 놓쳤다. 최근에는 디아스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시도한 파넨카가 멘디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파넨카는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낀다. “선수들이 저의 페널티킥을 사용하는 걸 보면 정말 행복해요. 유일한 단점은 저작권료를 받지 못한다는 거죠. (실제로 진지하게 특허 등록을 고민한 적도 있었음) 누군가 파넨카를 찰 때마다 저한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결승전의 파넨카는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었다. 1974년 무렵, 당시 파넨카는 골키퍼 흐루슈카와 매일 훈련 후 페널티킥 내기를 했다. 승부욕이 강했던 그는 조건을 제안했다.

 

자신이 5개의 페널티킥에 모두 성공하면 흐루슈카가 맥주나 초콜릿을 사주고, 한 번이라도 막히면 자신이 사주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파넨카는 계속 돈을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골키퍼들은 거의 항상 한쪽 구석으로 몸을 날린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공을 그냥 정중앙으로 살짝 띄워 차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즉시 효과가 있었어요.”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술 중 하나는 그렇게 시작됐다. 거대한 전술 연구소나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맥줏값을 아끼고 싶었던 한 축구 선수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다.

 

곧 흐루슈카와 내기는 파넨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제가 계속 내기에서 이겼어요. 그래서 맥주와 초콜릿을 전부 차지하게 됐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살도 찌기 시작했습니다.”

 

파넨카는 친선전이나 국내 리그에서 가끔 자신의 특별한 페널티킥을 시도했지만, 유로에 참가할 당시만 해도 체코슬로바키아 밖에서는 아무도 그런 킥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바로 그 점이 그를 국제무대에서 시도하도록 했다.

 

“저는 언제나 파넨카 방식으로 찰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그런 킥을 해본 적이 없었고, 특히 결승전에서 제가 그렇게 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제가 골을 넣을 거라고 100% 확신했던 게 아닙니다. 1,000% 확신했죠.”

 

파넨카에게 페널티킥은 단순히 득점 기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개성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려면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됩니다. 둘 다 있어야 해요.”

 

현대 선수들이 시도하는 버전과는 상당히 다르다. 요즘 흔히 보이는 과장된 도움닫기나 골키퍼를 응시하며 심리전을 거는 모습은 없다. 대신 정면으로 강하게 달려들며 골키퍼에게 강한 슈팅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파넨카는 속도를 죽이고 공을 살짝 띄운다. 공은 천천히 중앙으로 떠오르고, 마이너는 속아 넘어가 왼쪽으로 몸을 날린다. 공이 골문으로 떨어지기까지는 마치 영원처럼 느껴진다.

 

파넨카는 이를 “희귀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누군가 제 킥을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페널티킥’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표현이 좋아요. 정말 아름답게 작동하거든요.”

 

하지만 유럽 챔피언이 된 뒤 귀국한 체코슬로바키아 대표팀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성대한 환영식이 아니었다. “우리는 적어도 축하 행사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거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우리가 유럽 챔피언이 됐어요!”라고 외쳤지만, 돌아온 답은 냉정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리그가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니까 얼른 훈련하러 가.”

 

이후 파넨카는 다시 보헤미안스에서 뛰게 됐지만, 이제 자신의 유명한 페널티킥을 신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로 결승전 이후 그는 선수 생활 동안 15번 정도 더 페널티킥을 찼지만, 이른바 '파넨카'를 사용한 것은 단 세 번뿐이었다.

 

그렇다면 파넨카는 과연 몇 번이나 실패했을까? 파넨카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제가 파넨카로 실패한 건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남부 보헤미아의 작은 클럽과 치른 친선전) 비가 엄청나게 왔어요. 골키퍼는 큰 물웅덩이 안에 서 있었는데, 아마 다이빙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았죠. (웃음)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공을 잡아버렸죠.”

 

‘파넨카’는 이제 단순히 사람 이름이 아니다. 명사이자 동사처럼 사용되는 축구 언어가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인기가 놀랍다고 말한다. 최근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던 중의 일이다. 한 승객이 그를 알아봤다. “갑자기 긴 줄이 생기더군요. 모두 저와 셀카를 찍고 싶어 했어요. 비행기 출발까지 지연됐습니다.”

 

축구 역사에서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기술이나 창조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어떤 이름은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고, 어떤 이름은 시대가 흐르며 희미해진다. 그러나 ‘파넨카’는 크루이프의 ‘Cruyff Turn’과 함께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둘 다 대담하면서도 결정적인 축구 기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파넨카는 만약 자신이 그날 평범한 페널티킥을 찼다면 어땠을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일반적인 슛으로도 체코슬로바키아에 유럽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넨카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축구 역사에 영원히 새겨 넣지도 못했을 것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단순히 우승 메달이나 트로피가 아니다.

 

그 순간의 선택이다. 찰나의 용기,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결단, 그리고 그 결단은 위험을 영원한 불멸로 바꾸었다. 한 명의 축구 선수를 전설로 만들었다.

 

“당시 파넨카 페널티킥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여기 앉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정말 그 킥을 시도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한 번의 가벼운 칩슛은 단순한 골이 아니었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순간 중 하나였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모든 축구 팬이 알고 있는 ‘파넨카’라는 이름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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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불가리스 | 작성시간 26.06.20
  • 작성자데얀 | 작성시간 26.06.20 잘봤습니닷
  • 작성자똥뽈 | 작성시간 26.06.20 킥만큼이나 인터뷰도 재치가 넘치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바이언2 | 작성시간 26.06.21 잘봤습니다
  • 작성자아메리카노 | 작성시간 26.06.21 35년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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