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가 간판급 스타 선수들을 월드컵 무대에 세우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는 어두운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비공식적인 물밑 접촉이 있었다느니,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들 몇몇이 26명으로 확대된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도록 은밀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다.
사람들 말로는 피파가 무엇이 시장에서 통하는지 잘 안다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스타성을 좋아한다. 피파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브라질 대표팀에서 사실상 밀려났던 네이마르의 복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호날두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 심지어 40세가 된 모드리치를 여전히 신뢰하는 크로아티아의 선택까지 설명해 준다고들 한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마디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피파에 동정심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피파는 1년 전 클럽 월드컵에서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의 참가를 보장하기 위해 대회의 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린 바 있다. 인터 마이애미는 MLS 챔피언이 아니라 정규시즌 우승팀이었다.
그런 전례를 만들고 나니 피파가 온갖 황당한 음모론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선수 선발은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호날두가 콩고민주공화국전에서 90분 내내 힘겹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르티네스가 왜 이런 식으로 포르투갈의 우승 가능성을 낮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악의는 없다. 호날두는 지금 세대는 물론, 어떤 시대를 통틀어도 가장 위대한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16년 포르투갈의 유로 우승도,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이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것도 그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호날두는 월드컵 예선에서도 포르투갈의 공동 최다 득점자였고, 불과 지난해 10월 헝가리전에서는 두 골을 넣으며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선수도 결국 전환점은 찾아온다. 그리고 호날두는 이제 그 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마르티네스가 이를 우즈베키스탄전 이전에 인정할지, 더 중요하게는 까다로운 상대인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전에 인정할지가 포르투갈의 이번 대회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호날두의 첫 경기 활약에 대해 티에리 앙리는 “팀이 득점해야지, 네가 득점할 필요는 없다.”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호날두가 팀보다 자신의 욕구를 앞세운다는 이런 논쟁은 낯설지 않다. 심지어 SNS에서는 네베스의 골이 들어갔을 때 호날두가 오프사이드를 주장하려는 듯 팔을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물론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하지만 마르티네스가 계속해서 호날두를 선발로 기용한다면, “이기적인 호날두”라는 이미지는 어떻게 바뀔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방대한 팬층이다. 여동생을 포함한 팬들은 호날두가 부진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책임을 돌리곤 한다.
바로 이것이 마르티네스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호날두를 선발로 내세우는 순간, 그는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떠안게 된다. 그것은 한때 호날두를 위대하게 만들었던 특징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언제나 자신이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언제나 경기의 결과는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종종 옳았다.
한때 호날두를 지켜본다는 것은 특권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가 9번으로 변신하기 훨씬 전, 맨유 소속으로 로마 원정 경기에서 넣은 믿기 어려울 만큼 용감한 헤더골을 직접 봤다. 폴 스콜스의 오른발에서 칩 패스가 떠날 때만 해도 호날두는 페널티 아크 근처에도 없었다. 당시 점프는 경이적이었다. 그는 이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했다.
헤더는 너무 강력했고 접근 속도도 너무 빨라 골키퍼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용기와 운동 능력, 그리고 기술이 완벽하게 결합한 장면이었다. 호날두는 통산 157개의 헤더골을 기록하며 게르트 뮐러가 보유했던 기록을 넘어섰는데, 그 골은 내가 본 골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또한 2016/17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맞붙은 경기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시 아틀레티코는 까다롭고 끈질긴 상대였기에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호날두는 2차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부를 사실상 끝내 버렸다.
호날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직전에 바이언 상대로도 같은 경기장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어려운 대진으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두 경기 합계 6대3으로 승리했고, 6골 가운데 무려 5골을 호날두가 넣었다.
그래서 지금의 호날두를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는 것조차 아니다. 스스로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절박함은 단지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것, 다시 한번 경기의 승부를 결정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찰나의 영향력조차 점점 호날두의 손에서 벗어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호날두의 부진함 그 자체였다. 문제는 그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회를 놓칠 위치에조차 거의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세 차례 슛을 시도했다. 그중 하나는 분명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맡겨야 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마치 경기장에 존재하지 않는 선수처럼 보였다. 비티냐, 네투, 베르나르두 실바, 누누 멘데스는 모두 교체로 빠졌지만, 호날두라는 ‘유령’만은 끝까지 남았다.
경기 기록을 수치로 살펴보면 더욱 냉정하다. 기회 창출 0회, 전진 드리블 2회, 전진 패스 2회, 공중볼 경합 성공 2회, 지상 경합 승리 0회, 수비 개입 0회. 호날두는 2021년 6월 23일 이후 포르투갈의 메이저 국제 대회에서 단 1골만 기록했다.
최근 메이저 대회 4경기 동안 총 420분 중 396분을 뛰었고, 그 기간 포르투갈은 단 1골밖에 넣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렇다면 왜 호날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도 확고한 존재인 것일까?
음모론자들은 피파가 원래 3경기 출장 정지였어야 할 징계를 2경기만 적용해 호날두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찾으려 할 것이다. 정말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음모론을 부추기는 데 재능이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설명은 마르티네스 역시 이번 대회의 많은 감독처럼 경험과 상징성, 그리고 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이어부터 존 스톤스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경기력보다는 과거의 업적 때문에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들은 적지 않다.
호날두는 그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메시의 해트트릭을 지켜보며, 새로운 세대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심지어 41세가 된 지금까지도 자신이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것을 호날두와 메시의 우열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논쟁은 늘 무의미했다.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시간은 모두를 따라잡는다. 다만 지금 순간, 그 시간이 호날두를 따라잡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분명하게, 그리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호날두는 이런 식의 결말보다 더 나은 마무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마르티네스가 지금처럼 계속 그를 기용한다면, 호날두가 그런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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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Eninho 작성시간 26.06.21 호날두가 없엇으면 스페인 세스크 제로톱 같이 좀 다양한 전술 구상을 했었을것 같은데 흠 안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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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이언2 작성시간 26.06.21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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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호마리우 작성시간 26.06.21 아닌거 같은데...홍명보는 55분에 흥민이 막 빼는거 보면 음모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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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3LungPark 작성시간 26.06.21 선발에서 제외할 순 없으니 더 완벽하게 떠먹여줘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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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삼 겹 살 작성시간 26.06.21 [web발신]너는 나를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