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날인 오늘, 영화를 보고 소감을 말해 본다면 '성웅의 최종서사' 를 책임감 있게 완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역사 애호인이라 여기는 만큼, 역사적인 고증에서 소소하게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으나
'전투 양상' 을 중점으로 다룬 전작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되, 역사적 사실인 '이순신 장군의 최후' 에 이르기까지
인물간에 이어지는 감정적 서사 또한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이번에도 노량이란 영화에서 어떤 점이 긍정적이었고 어떤 점이 부정적이었는지를
제가 바라본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긍정점 1. 신파? 누군가에게는 '인간 이순신' 의 이해를 돕는 장치
사실 영화의 흐름상 바로 해전이 벌어질 수는 없기에 해전이 벌어지는 당시까지의 감정적 서사를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로도 이순신 장군께서는 진린에게 "대장된 자가 화친을 말할 수는 없으며,이 원수를 놓아 보낼 수는 없습니다." 라며
조선 수군이 왜 일본군을 살려보낼 수 없는지에 대해 피력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7년간 온 국토를 유린하고 수많은 백성들을 학살한 자들인데 마지막이라도 곱게 돌아갈 수 없게 해야죠.
다만 그렇다고 하여 영화는 '민중들의 염원을 담은 성웅의 복수' 라는 서사성을 쌓는 전형적인 플롯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순신의 시간' 을 동료를 잃은 군인의 시점으로, 전쟁을 겪으며 가족을 잃은 전란의 민중으로 투영해 보여줍니다.
"그래도 해전 연출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을텐데?"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그동안 왜 싸워왔는가?"
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 을 빼놓고선 노량해전이라는 '사건' 이 성립할 수 없잖아요?
긍정점 2.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해전신
그래도 이순신 시리즈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해상전투신' 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노량해전은 야간전으로 시작했다 보니 영화에서도 상당시간 어두운 화면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야간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보기 불편하셨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이건 상영관마다 시인성이 달라서...)
다만 전투 초반부의 화공 장면, 판옥선 함대와 일본 군선들간의 연속적인 충돌 장면은 그 웅장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점점 아침이 되어가며 지속되는 선상 백병전 중심의 연출도 역시 조금이나마 지루할 틈이 없는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이자 최대의 해전을 이번에도 무리없이 잘 구현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어찌되었던 해전은 치열했고 처절했고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긍정점 3. 뚜렷한 반동인물 '시마즈 요시히로'
'명량' 의 최민식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넘길 수 없는 막중한 책임감과 엄숙함으로 무장한 이순신을 연기하고
'한산' 의 박해일이 상황을 반전시켜가는 치밀한 기획력과 빈틈이 안 보이는 철저함으로 무장한 이순신을 연기했다면
'노량' 의 김윤석은 모든 난관들을 겪으며 통달하고 굳게 자리잡은 심지를 갖춘 이상적 성웅 이순신을 연기했습니다.
모두 시리즈의 중심을 잡아준 이순신이라는 캐릭터를 각 시기별로 부족함 없이 잘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내내 이 이순신에 맞서 극을 전개하는 빌런들도 등장합니다.
명량에서는 '구루지마 미치후사' 가, 한산에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 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번의 노량에서도 '시마즈 요시히로' 라는 이순신에 맞서는 다른 빌런이 등장합니다.
그야말로 '끝판대장'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캐릭터였달까요?
'살마군(薩摩軍)' 이라 통칭되는 개개인의 전투력이 강력한 군사들이 믿고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다이묘간의 이해관계로 뭉쳐진 일본군 연합함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 내에서도 압도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시마즈 요시히로' 라는 캐릭터는 그동안의 이순신 시리즈에서 등장한 다른 주요 빌런들과 차별적인 포스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몰입감 있게 연기한 백윤식 배우의 연기 내공도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점 4. 모두가 아는 '이순신 최후' 의 연출
역사적으로 충무공의 사망 당시 어떤 말을 하셨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여타 미디어들처럼 그 연출의 방향도 예상이 쉽게 된다고 장담할 만큼 전형적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자리잡은 이 전형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영화는 보기좋게 그 예상을 빗나갑니다.
(연출 방향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극장에 가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부정점 1. 복식-전선 고증
자... 이건 한산의 소품을 답습한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봅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쉽죠...
락싸에 쓴 고증 비판글 : https://cafe.daum.net/rocksoccer/ADs1/833988?svc=cafeapi
부정점 2. 인물관계, 시간 설정고증
1. 거북선은 칠천량 해전 이후로 건조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영화에 나온 거북선의 노량해전 참여는 거짓
: 오히려 이순신의 수군 재건 당시는 판옥선조차 확보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건조비와 건조 재료가 더 드는
거북선의 확보는 어불성설
2. 권준은 노량해전 당시 참여하지 않았다. 권준이 아니라 안위였다면 고증에 맞았을 것
: 안위는 전작인 명량에서도 비중있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왜 못 나온건지 모르겠다...
* 심지어 충무공의 전사 이후 충무공의 대리로 조선수군을 끝까지 지휘한 인물이다.
3. 아리마 하루노부, 데리자와 히로타가의 전투 당시 사망여부
: 둘다 노량해전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아리마 하루노부는 1612년 사망,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1633년 사망
* 또 추가적으로 데리자와 히로타카가 쓴 투구는 오히려 그 당시 같이 참여한 타치바나 무네시게의 투구...
4. 이순신의 셋째 아들, 이면의 사망 파악시점
봉한 것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대충 겉봉을 뜯고 열(둘째 아들)의 편지를 보니, 겉에 '통곡' 두 글자가 씌어 있어 면이 전사했음을 짐작했다. 어느새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한 것인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가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사니, 이런 어그러진 이치가 어디 있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리 영특하여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 지은 죄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어본들 앞으로 누구에게 의지할꼬?
『난중일기』 음력 정유년(1597) 10월 14일(신미) 맑다. [양력 11월 22일]
: 이순신이 셋째 아들 면의 죽음을 파악한 건 (음력)1597년 10월 경,
영화에서는 조명연합군 수군 결성(음력 1598년 7월 초) 시점 이후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를 개인적인 평점으로 매겨본다면 9.0 / 10.0 이렇게 주고 싶습니다.
작품 개별로 봐도 나쁘지 않았고, 기념비적 시리즈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결론 : 영원한 성웅의 최종서사를 장엄하게 장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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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시간 23.12.21 저는 초반, 중반에 스테가마리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데라자와(본인은 눈치 못채게)를 유인부대화시켜서 본인 군사들의 희생을 차단한 점이나 시마즈가 장수들이 탄 안택선들이 전방에 노출되며 위험에 처하자 후방에 있었던 세키부네를 유기적으로 이동시켜가며 그들의 희생을 막아낸 게 그 예시가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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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23.12.21 이런 오류가 있었군요 배워갑니다
참 해상 전투씬은 기대만큼 좋더라구요 -
작성시간 23.12.21 어쩐지 거북선이 왜 나오나 했네요, 역시 고증 오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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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23.12.23 언제 보러 가야하는데..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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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간 23.12.30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늘 노량 보고 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후반에 슬로우 장면을 너무 지나치게 사용한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습니다. 전반, 중반 모두 만족했는데 후반에 늘어지는 게 아쉬웠네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