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fmkorea.com/best/7149896661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채널인데 독특한 관점이라서 갖고 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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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외국인에게 '한국은 지금 우생학 실험이 진행중이며 조만간 뛰어난 사람만 남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을 잘 아는 일부 경제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이 공공연하...지는 않게 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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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생학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우생학은 19세기 말에 등장한 '인간도 소나 닭처럼 유전적으로 우월한 품종과 열등한 품종으로 나뉘며,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우월한 품종을 가진 인간만 번식시키면 결국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우월하게 만들수 있다'는 학문이었다.
그리고 20세기에 이 우생학을 신봉하던 나치는 장애인, 정신질환자, 특정인종을 강제낙태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이들을 가스실에 넣어 말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이 일을 계기로 우생학은 금기시되는 학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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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1세기에 등장한 '인적자본론'은 어찌 보면 네오 우생학이라 볼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이 엄청난 수익 창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평생 가도 월소득이 몇백만원을 못 넘는 평범한 사람, 더 나아가서는 수익 창출 능력이 없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런 현상을 '불평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적자본론에서는 이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람마다 여러 능력을 고르게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그 능력을 고르게 발전시키는게 아니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있어 우월한 사람과 월등한 사람간의 차이는 존재할수밖에 없고 이것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소득과 자산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우생학이 유전자와 DNA를 기준으로, 인적자본론은 개인의 수익 창출 능력을 기준으로 삼을 뿐 선천적으로 결정된 우월한 개인과 열등한 개인으로 인간을 나누어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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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출산율을 보면, 계층적 성격이 뚜렷하다. 부자들은 낳고 가난한 사람들은 낳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인적자본론에 의해 설명해보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우수한 생산성'을 가진 인적 자본만이 재생산을 선택하고 있으며 그러한 생산성이 없거나 떨어지는 사람들은 스스로 도태를 선택하고 있다라고 설명할수 있다.
20세기의 우생학은 나치라는 절대권력에 의해 실행되었지만, 21세기의 초경쟁사회 대한민국에서는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알아서 자식을 낳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까 말했던 외국의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한국의 저출산을 긍정한다. 그렇게 우월한 사람들만이 자식을 낳고, 열등한 사람들이 재생산을 선택하지 않고 사라진 한국은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라 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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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 우생학이 그랬듯, 인적자본론에 의한 자연도태 선택론 역시 상당히 비윤리적이고 도발적인 이론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부터 그것을 도덕이나 종교가 아닌 실험으로 반박해보고 싶다. 과연 '우수한 인적자본만이 아이를 낳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태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갈 것인가?'에 대한 반박이다.
미국 퍼듀 대학교의 윌리엄 무어 교수는 2가지의 '닭장 실험'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첫번째 실험은 한 닭장에 수탉 1마리와 암탉 9마리를 넣어놓고 가장 알을 많이 낳는 암탉 1마리씩만 선별해내 이들만 자식을 낳을수 있게 하고, 그 자식들로 닭장을 채운 뒤 같은 선별을 계속 반복하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슈퍼 암탉'의 유전자만 고스란히 물려받은 닭장은 생산성이 좋은 닭장이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이런 '슈퍼 암탉'들은 힘이 세며, 다른 암탉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다. 이런 슈퍼 암탉의 유전자를 몇 세대에 걸쳐 정제한 결과 사이코패스 암탉이 등장한 것이었다.
마지막 세대에서는 이런 사이코패스 암탉 1마리가 나머지 8마리 중 6마리를 물어 죽였고 나머지 2마리도 닭털이 다 뜯기는 등의 일을 당하고 말았다.
2번째 실험은 암탉 한마리의 생산성이 아닌 닭장 단위의 생산성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여러 닭장들을 비교해 알을 제일 많이 낳는 닭장을 고르고 이 닭장의 암탉 모두가 다음 세대의 자식들을 낳을수 있게 한 것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몇 세대만에 생산성이 160%나 향상되었던 것이다. 앞선 실험에서 보였던 사이코패스 암탉 문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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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두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첫번째로 '긍정적인 형질'만을 가진 동물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알을 많이 낳는다는 긍정적인 형질을 가진 암탉은 힘이 세며, 다른 개체들을 억압하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형질 중 어떤 형질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냐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힘세고 똑똑한 사람은 이순신 장군 같은 명장이 될수도 있지만 연쇄살인범이 될 수도 있다.
뛰어난 인적 자본만을 솎아내 그들의 자식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만들어진다면, 그 세상은 뛰어난 사람들만 존재하는 생산성의 낙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뛰어난 능력을 서로를 해치고 박살내는 데 쓰는 생지옥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생산성'이라는 것이 과연 개체의 성질인가 집단 전체의 성질인가라는 문제다.
어떤 암탉은 다른 암탉보다 더 많은 알을 낳는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암탉 개체에 있는 것이냐 그 암탉이 처한 조건과 환경에게 있는 것이냐, 아니면 둘 다인가, 그렇다면 그 비중은 어떻게 되느냐는 알수 없는 문제다.
손흥민을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나라, 다른 팀에 집어넣어도 지금과 같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보장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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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한국 사회에 대입해서 생각해보겠다. 출산율의 저하가 계급/계층에 따라 차이나는 현상, 즉 소득에 따라 출산율이 결정되는 이 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지금의 현상이 행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나아갈수 있게 해주지 않느냐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자연과 인간 세상에는 경제논리에서 설명하는 '효율적이기만 한 인적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인적자본'이 누적된 세상은 더 효율적이고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진 세상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해치고 등에 칼을 꽂는 사이코패스 사회가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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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경쟁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사람들과 사회 전체를 채찍질하며 반세기 넘게 달려온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저출산 상황에 처해있다.
사람들 사이에 자산과 소득을 놓고 극도의 경쟁을 벌여온 결과 그 경쟁의 성패에 따라 출산 여부까지 좌우되는 상황에 와있으니 이것이 변형된 우생학의 실험실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이 실험의 성격을 이제부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이 실험실을 어떤 곳으로 만들 것이냐는 아직 열려있다. 진짜 실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