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훌리안 키뇨네스는 스스로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해외로 진출했던 우고 산체스처럼, 현재 사우디의 알 카디시야에서 뛰는 그는 월드컵 첫 경기에서 곧바로 골을 넣었다.
하지만 두 골잡이 사이에는 멕시코인들의 시선에서 볼 때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키뇨네스는 멕시코 태생이 아니다. 콜롬비아 남동부 마귀 파얀에서 태어난 키뇨네스는 멕시코 시민권을 공식적으로 취득했다.
아기레 감독이 키뇨네스를 대표팀 명단에 포함하자, 귀화 선수 논쟁이 다시 불붙었고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키뇨네스의 선발이 자국 리그에서 뛰며 순수 멕시코 출신이고 인기도 높은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아르헨티나 출생의 헤르만 베르테라메와 미국 출생의 리처드 레데스마 역시 탈락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주장이다. 또한 키뇨네스만 유일한 ‘외국 출신’ 선수도 아니었다.
아기레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에 이중국적자 및 귀화 선수 6명을 소집했고, 결국 이번 월드컵에는 그중 5명을 최종 명단에 포함했다. 개막전에는 그중 세 명이 선발로 나섰다.
키뇨네스와 함께 스페인 출생의 알바로 피달고, 미국 출생의 브라이안 구티에레스가 출전했고, 아르헨티나 출생의 산티아고 히메네스와 미국 출생의 오베드 바르가스는 벤치에 머물렀다.
귀화 선수 활용은 이제 전 세계 대표팀에서 흔한 일이 되었고, 멕시코에서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비중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자기 부모 역시 귀화 이민자였음을 상기시킨 아기레 감독은 이 선수들이 멕시코 대표팀에 필요한 “변화의 요소”를 구현한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다.
키뇨네스의 골은 아기레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그만큼 그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멕시코 대표팀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귀화 선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그는 대표팀의 정체성 위기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을 잠재웠다.
키뇨네스로 인해 과거 2006년과 2010년 월드컵의 기예르모 프랑코, 그리고 2022년의 로헬리오 푸네스 모리를 향했던 거부감도 잊히게 했다. 그가 이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한 골의 ‘마법’ 덕분만은 아니다.
이는 키뇨네스의 전 동료이자 몬테레이의 티그레스에서 주장으로 함께 뛰었던 지냑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16세에 멕시코에 와서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그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의 아이들도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해외에 도전하기 전까지 인생의 상당 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다시 말해, 키뇨네스는 혈통 상 멕시코인은 아닐지라도, 문화와 마음으로는 멕시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골 이후 발언에서도 확인됐다. “이렇게 가득 찬 경기장에서 멕시코가 제게 준 것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아기레 감독이 키뇨네스를 선발한 이유는 공격에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효율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냑은 이렇게 분석한다. “압박을 잘하고, 힘도 좋고, 기술적으로 뛰어나며, 지금 자신감도 넘친다. 그가 사우디 리그 득점왕에 오른 건 괜한 일이 아니다.”
알 카디시야의 ‘표범’이라는 별명을 가진 키뇨네스는 리그 31경기에서 33골(시즌 전체 35경기 37골)을 기록하며 호날두보다 앞서는 득점력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