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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가장 멀리 날으는 바보새 알바트로스~

작성자로제|작성시간17.02.23|조회수462 목록 댓글 3

우리집에 오신 손님 중에 선장님은 처음입니다.

형아우로 지내는 비행기 기장님은 자주 왔었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밤에 선실로 날아든 이 알바트로스 갈매기를 보고

측은한 마음과 친근함이 느껴져 찍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갈매기이고 평소에는 잘 날지 못하는 바보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서있는 모습도 뒤뚱~ 바보 같습니다.

그러나 이 알바트로스 갈매기는 보통 갈매기가 아닙니다.

우리 카페 <1.자유주제(일상의 향기) 1145번>으로 들어가셔서

지난 번에 포스팅 했던 것을 참고해 보세요~~


가장 높고 멀리 나는 바보새 알바트로스  http://cafe.daum.net/rogerio/5vSN/1145


 


바다가 좋았고 고요함이 좋았기에 35년간의 항해가 힘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곱디 곱던 젊은 날의 모습이 세월의 뒤안길로 흘러갔나 봅니다.

저 바보새 사진을 캡쳐하러 그의 카톡 프로필로 갔다가

카카오스토리에 있는 사진들을 본인의 허락도 없이 옮겨 왔습니다.

사진들을 보니 자폐성향에 가까웠던 나 보다 더 내성적이었던

그의 어린 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외로움~


 


대학 시절 장성-광주 간 통학버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당시 나의 삶은 고단함과 절망감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유신독재나 말도 안되는 사회상황 보다 더 힘든것이 살아내기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그룹과외(영어/수학)을 두 시간 하고

씻는 둥 마는 둥 30~40분을 뛰다시피 통학버스를 타러 갑니다.

초절정 만원버스~ 설명불가~

내 가방이 어디있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렇게 1시간 이상을 가서 스쿨버스를 타면 또 초절정 만원~~

8시 전에 간신히 도착하여 토플 혹은 일본어 아침 특강을 듣습니다.

이어지는 학과 강의 시간 내내 졸다가 마치면 입주과외를 갑니다.

그리고 바로 나이트 클럽으로 가서 피아노 주자로 5시간을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조국종과 그 악단>

패튀김 누나가 게티니라는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서 가버리자 남겨진 악단입니다.

광주 동구청 지하 카바레에서 초청해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피아노 주자가 못 내려왔기에 내게 또 하나의 일자리가 생긴 셈이지요.

완존 쓰리좝이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힘들었습니다.

한 주에 40 곡씩 새로운 음악들을 익혀서 기계처럼 연주합니다.

5시간 내내 피아노 앞에서 졸았는데도 악단장 님께 죄송하다고 말하면 

음악은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고 하니 참으로 불가사이 한 일입니다.

뻬다(관악기를 일컷는 속어)를 불던 상호형(트럽펫) 종호형(섹스폰)은

막내라고 늘 살뜰히 살펴주었고 졸면 그 사이를 메꾸어 표시나지 않게 했나 봅니다.

다른 단원들은 통금 직전까지 연주를 해야 해서 늘 입이 부르터 있었지만

나는 막차를 타고 가야했기에 11시 5분전 쯤에 먼저 마치고 또 터미널 까지 20~30분을 뜁니다.

12시 반쯤 내려서 집에 가면 새벽 1시가 지나고

다시 4시 10분 전에 일어나 과외하러 오는 학생들을 만나야 하니

늘 잠이 부족해서 수업 시간 혹은 연주시간에 잠을 보충했지요.

그렇게 매일을 다람쥐 체바퀴 돌듯 고단하게 지내느라고

내일의 희망을 한 켠으로 밀어 놓고 살았습니다.


 어느날 통학 버스 안에서 앞에 보이는 고등학생 명찰에 새겨진 그의 성이 독특합니다.

薛(설)씨를 직접 본 건 첨입니다. 아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설총.

설총은 아버지는 원효(元曉), 어머니는 요석공주(瑤石公主)이며

신라 경덕왕 때의 학자이고 신라 십현(十賢) 중의 한 사람입니다.


내가 너무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의 얼굴에서도 삶의 어려움이 서린 고단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에게 삶의 위로를 주려고 마음을 쓰다보니

고단함도 절망도 잊고 희망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도 희망을 따라 어려운 현실 위를 날아 올랐습니다.

알바트로스 갈매기처럼~~

목포해양대학교를 나와 배를 탔고 항로를 따라 35년을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훌륭하게 장성한 남매를 둔 가장으로써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배중의 하나인 PAN OCEAN 상선의 덕장으로써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그를 보며

머지 않아 다시 올 새로운 봄을 생각합니다.


"40년 동안 형을 서너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잊은 적은 없습니다.

노래를 들려주고, 부족한 공부도 채워주셨으며, 

내게 희망과 위로를 주셨던 '삶의 멘토'였으니까요."


김정식 곡 첨부파일 눈물2.44.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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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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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무의자 | 작성시간 17.02.24 감동입니다.누군가를 잊지않고 산다는것이 얼마나 또 아름다운지요.
  • 작성자보메는 | 작성시간 17.02.25 삶의 파도를 넘고 넘어 종착역에 닿으면 또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될지 궁금해지는 두분 이야기 잘 읽었어요...
  • 작성자나련 | 작성시간 17.02.25 잛은 글안에 삶의 항로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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