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빍은 달 아래 / 정 순준
경포호 밝은 달 아래
천년을 씻어온 물결은
은빛 비단을 펼처 놓고
호수에 내러앉은 달 하나
고요한 시 한 편 되어 흐른다
솔숲을 스치는 바람은
옛시인들의 붓끝을 흔들고
누대에 기대 선 묵객들의 노래는
물안개 되어 호수 위를 맴돈다
달빛에 젖은 오죽헌의 숨결과
선비들의 맑은 정신이
한줄기 바람으로 살아나
밤하늘 별빛과 마주 앉는다
저 멀리 경포대 기둥에 기대어
달을 품고 술잔을 기울였을
수 많은 풍류객의 웃음소리마저
은은한 파문 되어 번져온다
호수는 말이 없으되
모든 세월을 품고 있고
달은 떠나지 않으되
모든 그리움을 비추고 있다
경포대 밝은 달 아래
나는 오늘 한 편의 시가 되어
그 옛노래 속을 천천히 걷는다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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