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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이 들어가는 법

작성자하얀마음|작성시간26.06.06|조회수14 목록 댓글 0
나이 들어가는 법

  40대 후반에 내려와 제주도민이 된 지 15년, 어느덧 예순이 넘었다. 시간은 강물의 흐름과 같다. 연어는 알을 낳을 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사람은 그럴 수 없다. 그 누구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모두 공평하게 나이 들어간다.

  50대가 되면서 자연스레 갱년기가 찾아왔다. 그즈음에 비즈 구슬을 만났다. 다양한 색과 모양의 비즈를 본 순간 '남은 인생은 비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2년 동안 매일 비즈 작업을 하며 내 몸에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을 잘 이겨 낼 수 있었다.

  구슬을 하나하나 꿰며 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를 난생처음 고민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부끄러울 때도, 내가 그 사람한테 왜 그랬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나 자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잘 챙겨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60년을 살아 낸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기로 했다.

  60대가 되면서 그동안 두려워하던 '죽음'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됐다. 50대까지는 그 단어를 떠올리면 그저 무섭기만 했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제 시신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또한 나처럼 세상을 살아온 한 사람이었을테니.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무엇이든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살아가니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몸을 일으킨다. 잠들기 전에도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잘 살았습니다. 내일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후회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 아침 반려견 초코와 바다로 산책을 간다. 그런 뒤 가게에 출근해서 비즈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고, 퇴근한 다음에는 초코와 오름을 걷는다. 나무를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인사를 건넨다.

  "내일 또 올 수 있으면 보러 올게."

  정말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는 이런 보통날이 너무 좋다. 어느 날의 바다는 잔잔하고, 어느 날은 적당한 파도가 치고, 또 어느 날은 파도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한 문장을 떠올린다. Life is like that(라이프 이즈 라이크 댓). 인생은 그런 거야.

  살다 보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날 때도 절망적일 때도 있다. 바다가 매일 다르듯 우리 삶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태풍에 파도가 몰아치더라도 호수처럼 잔잔해지는 날은 반드시 온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이 2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매 순간 살아가게 된다. 그 어떤 감정도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다.

  최미애 | 비즈 아티스트, 작가


인생은 즐기기에도 너무 짧아요. 즐기세요. 비극적인 생각만 하면 어두운 일만 생기게 돼요. _ 타샤 튜더


 



  Norah Jones - Don't Know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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