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 행복의 나라로 간다고? 그럼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 금지!
이장희, ‘그건 너’: 늦은 밤까지 잠 못 드는 이유가 뭐야!, 유신체제 때문이라고? 금지
배호, ‘0시의 이별’: 통금이 있던 시절, 0시에 이별하면 통행금지 위반이다. 금지!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금지곡이 되던 시절, 금지사유는 다양하고, 그럴 듯(?) 했다.
금지곡을 보면 시대상이 보입니다.”
1970년대 유행했던 노래 ‘미인(신중현)’ ‘그건 너(이장희)’ ‘아침이슬(양희은)’ 등
이들은 모두 가사가 퇴폐적이라거나 허무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노래다.
그 이유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듯 매우 희극적.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냐’는 식의 코미디
같은 이유로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
또 ’작은 연못‘은 정권을 비꼰다는 이유에서, ’아침이슬‘은 가사에 나오는 붉은 태양이
북한식 인사를 암시한다는 억지 해석으로 금지됐다.
심수봉은 1979년 10.26 사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유로 방송출연을 금지당한 이래
'순자의 가을’, ‘무궁화’ 등이 역시 방송금지 당했다.
심수봉이 1983년 드라 작사 작곡한 ‘순자의 가을’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 이른바 ‘순자 금지령’으로 제목이
‘올 가을엔 사랑할거야’로 바뀌었고, ‘무궁화’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됬다.양희은의 금지곡은 1984년에 이르러서야 해금됐고,
심수봉의 노래들 역시 그 보다 한 해가 더 지난 다음에서야 방송을 탈 수 있었다
음악평론가 문옥배씨는 그의 저서 ‘한국 금지곡의 사회사’에서 금지곡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대중이 부르는 노래 중 지배체제에 위배되거나 그 가치기준을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심의’나 ‘검열’이란 장치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금지곡은 정권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양산됐어요.
그런 의도를 감추려고 가사가 왜색이라거나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를 갖다 붙였죠.”
그러다 보니 시대에 따라 금지곡의 양상도 달라졌다.
5·16 직후에는 부패 청산과 새 시대 건설이란 정책 아래 대다수
대중가요에, 유신 이후에는 민주화나 사회 비판적 노래에 금지곡 딱지가 붙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70년대 많은 금지곡이 가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듣는 이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나왔다는 것. 송창식의 ‘왜 불러’는 사회저항 가요가 전혀
아님에도 경찰의 장발 단속에 저항하고 정부 정책에 반발할 우려가 있다고 금지됐다.
전역한 군인의 순수한 나라사랑의 마음을 담은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 저하를 빌미로 방송금지됐다.
또 정태춘의 노래 중에는 ‘시영아파트 하수구에서 왕모기나 잡으며’란 가사가
‘서울 변두리 들판에서 잠자리를 쫓는’ 식으로 순화된 후에야 불리는 경우도 있었다.
“작사자 월북, 왜색, 창법 저속, 불건전, 사회 불신감 조장 등 사유도 가지가지였지만
목적은 역시 정권비판 차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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