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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작성자1136기 고 건 父(은린/제주)|작성시간23.12.13|조회수36 목록 댓글 4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 청년의 17년 수도 생활 체험기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 술·돈·섹스를 포기할 수 있습니까?”
26세 대기업 간부가 모든 것을 버리고 태국 밀림에 들어가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그 주인공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사진).

어린 시절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부족하다고 속살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자라나는 사람들이 있다.

‘왜 놀기만 하니’
‘그것 밖에 못해?’
‘너는 매사 그 모양이야’
‘왜 그런 실수를 했지?’
‘넌 멍청해’
‘도대체 잘 하는 게 뭐야?’


간혹 스스로를 칭찬하거나 뿌듯하게 여기는 소리들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어둡고 부정적인 소리들이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일 뿐인데도, 이를 진실하다거나 자기 자신으로 믿고 자의식(自意識)으로 키워나간다는 점이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늘 자신이 기대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과, 언젠가 그 부족함을 남들에게 ‘들킬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본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갖은 요령을 부린다.

일을 열심히 해 동료들보다 앞서거나, 지나치게 남에게 사람 좋은 척, 아니면 반대로 강한 척 하던가, 자기가 원하는 자화상을 만들어놓고 억지로 그것에 맞춰 행동하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그런 부정적 소리들을 억압해 마음 깊숙이 묻어놓으려고 한다든가…

이렇게 자신의 가면(페르소나・persona)을 잘 관리한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외견상 행복해 보이는 삶이지만 내면은 늘 불편하고 불안하다. 훗날 암·심장병·우울증·치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 작년말 스웨덴 청년의 17년 수도생활에 관한 책을 읽어보게 됐다.
제목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거짓과 위선, 독선과 오만이 당당하게 판치는 세태에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제목이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26세 나이에 이미 다국적기업 임원을 거치고 스웨덴 굴지 회사의 최연소 중역으로 입성을 앞둔,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선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소리들로 가득차 있었다.
삶에 대한 본질적 의문에서부터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 등 소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떠올리든 불안과 걱정, 허탈감과 무력감이 엄습했다.


결국 그는 결국 사표를 내고 삶의 대전환을 감행하게 됐다.
태국 밀림 불교 사원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된 것이었다.


고된 수련 생활의 시작이었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시작한 명상은 고통만 줄 뿐이었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쉼 없이 떠들고 울먹이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독설을 날리고 의문을 제기하고 불평을 일삼는 내 생각과 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아우성치던 마음속 잡음・소음은 잦아들고 단순화되면서 조금씩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발견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자라면서 얻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체득한 ‘옮고 그름’, ‘선과 악’에 대한 판단들이 실은 자신을 옥죄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미움이나 (자신에 대한) 죄의식으로 발전시키고,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악행과 선행이라는 개념 너머에 너른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을 만날 것이다. - 루미(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

그는 조금씩 판단을 내려놓는 법을 실천했다.
그가 수도생활 중 화두처럼 여기던 진리는 영국인 주지스님으로부터 얻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세요. 진심으로 되뇐다면 근심은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혹독하게 대하던 자신에 대해 보다 너그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타인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보기 시작했다.

수도승 생활 17년을 마치고 그는 환속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가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이상, 신분이나 거처가 문제되지 않았다.

그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평상인의 삶을 살았다.
자기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상담하고 강의했다.
다시 여자친구도 사귀었다.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2018년 그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위축되고 운동신경이 소멸되는 치명적 병이다.
그는 담담하게 처음이자 마지막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집필하고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2022년 1월 안락사를 택했다. 나이 60세.





린데블라드씨는 환속한 뒤 자신의 수도생활의 경험과 깨달음을 책으로 써서 출간했다.

# 그의 스토리를 보면서 18년전 40대 시절 잘나가던 직장을 때려 치고 ‘홀로 서기’에 나섰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 역시 늘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견디다 못해 직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한번 뿐인 삶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한 것이었다. 동기는 비슷했다.

그러나 차이점은 그는 젊은 나이에 완전히 세속적 삶을 팽개치고 인생 대전환을 감행한 반면 나는 세속적인 것을 놓치지 않고 계속 허우적거리며 살았다는 점이다.

그가 본질에 충실한 용기 있는 삶이라면 나는 적당히 양다리를 걸친 현실적 삶이었다.


그러나 그 양다리 삶 속에서도 조금씩 깨달음과 발전은 있지 않았나 싶다.
내 속에서 나오는 수많은 소리 중 진정한 내 소리를 찾고 구분하는 법, 나와 대화하는 법을 약간은 깨달았고, 조금씩 내게 너그러워지면서 남에게도 너그럽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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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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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292변형진맘( 5여51대대/보병)익산 | 작성시간 23.12.13 오늘도 너그럽게 행복을
    찾아~~
    감사합니다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1136기 고 건 父(은린/제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3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1283 장용진맘(6여단61/보급)서울 | 작성시간 23.12.13 감사합니다!,선배님
  • 답댓글 작성자1136기 고 건 父(은린/제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3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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