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다선 김승호
내리는 것은 비 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올 한 올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기대와 바람이라는
연기가 매 순간 나를 분주하여
현실의 당면한 것을
소각시키게 만들려는
내 노력 같은 발버둥이었습니다
하지만 압니다
나도 아이도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이불 뒤집어쓰고
자신과의 다툼을 하는
그 마음이 안쓰럽고
측은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흐르고 언제쯤
오늘을 두고 웃음꽃
피울 날이 온다는 사실을
그런 위로가 지금은
아무 소용 없겠지만
내일이면 툴툴 털고일어날
그런 밝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거리의 가로수처럼
훌쩍 자라나기를 기도하는
비 오는 날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날이길
기도합니다
나도 아이도 우리 모두가 다
그렇길 소망합니다.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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