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의 가게' 한국 최초의 빵집 군산 '이성당' 지역 명물 자리매김 /KBS1 '백년의 가게' 홈페이지
한국에는 왜 '100년의 가게'가 드물까. 한국 최초의 빵집 군산 '이성당'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오후 1시20분 방송된 KBS 1TV 기획 특집 '100년의 가게(한국의 가게, 100년을 향하여)'에서 군산 이성당, 이명래 고약, 종로양복점 등을 재조명했다.
지금까지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한 세기가 넘도록 전통을 지켜온 가게들을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시선을 우리나라로 돌렸다.
'100년의 가게' 제작진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견뎌내고 100년을 이어온 가게는 손에 꼽는다"며 전통이 단절된 우리의 현실을 지적한다.
'100년의 가게'가 소개한 우리나라의 가게는 군산 이성당, 이명래 고약, 종로양복점 등 11곳. 이 가운데 실제로 100년을 넘게 이어온 곳은 6곳에 불과하다.
▲ 1916년 문 연 종로양복점. '100년의 가게' 한국 최초의 빵집 군산 '이성당' 지역 명물 자리매김 /KBS1 '백년의 가게' 홈페이지
1906년 개업한 '이명래 고약'은 종기치료제로 뛰어난 약효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이명래 고약이 아직도 문을 열고 있을까? 제작진이 찾아간 '이명래 고약'은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제조법을 전수할 후계자 문제로 영업을 중단했다. 1916년 문을 연 '종로양복점'은 자리를 옮겨 장사하고 있지만, 기성복에 밀려 예전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인 '성광성냥공업사'는 사양 산업에 접어든 성냥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성냥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의지를 가진 아들이 있어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위태로운 가게와 반대로 시대적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지금껏 가업을 지키며 100년을 바라보는 가게도 있다.
▲ 우리나라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 '성광성냥공업사'. '백년의 가게' 한국 최초의 빵집 군산 '이성당' 지역 명물 자리매김 /KBS1 '백년의 가게' 홈페이지
바로 한국 최초의 빵집으로 알려진 군산 '이성당'. 60년이 넘는 세월에도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기다리는 '이성당'은 하루 팥빵만 1만개를 판다.
'이성당'은 오랜 세월에도 예전 그대로의 인심을 지키며 고객의 입맛에 맞는 빵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옛날 그 맛을 보러 손자 손녀 손을 잡고 찾아오는 가게, 군산 시민들에게 '이성당'은 추억의 상징이자 옛것에 대한 향수다.
'100년의 가게' 제작진은 100년이 넘어도 거뜬한 외국 가게들의 사례와 이와 대비되는 국내 사례로부터 한국판 '100년의 가게'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짚어봤다. /디지털뉴스부
이성당(李成堂)은 전북 군산시 중앙로 1가 옛 시청 건물 맞은편에 자리한 제과점이다. 1945년에 문을 연 이후 6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기도 하다.
이성당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즈모야'라는 화과점에서 출발해 해방 직후 김현주 현 사장의 시아버님과 친인척이 함께 인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성당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건 해방 직후로 사실상 이때 재창업한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군산기네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성당 건물은 150평 규모로 내부에 공장이 따로 있다. 전체 직원 60명 중 절반인 30여명가량이 공장에서 빵을 만든다. 이성당은 일반 제과점과는 달리 공장장(Plant manager)중심이 아닌 팀 중심이다. 빵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팀을 나눠 소통하고 보고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최근에는 컨설팅 전문가를 따로 고용해 공정 등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직원별로 돌아가며 단기 해외연수도 보내주고 있다.
이성당에서 만드는 제품은 빵과 과자, 사탕, 케이크, 빙과류 등 200여개 종이 넘는다. 대표빵인 앙금빵의 경우, 190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1200원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격이 올랐다. 또 야채스프와 토스트 등으로 이뤄진 '모닝세트'도 인기메뉴다. 1980년에 만들어져 30년 넘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제품 원료인 쌀가루와 앙금 등은 김현주 사장의 남편인 조성용 회장이 운영하는 대두식품에서 공급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80년부터 이성당의 경영을 맡아오다 88년에 대두식품을 차리고, 팥 앙금, 쌀가루와 함께 양갱, 죽, 화과자 등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라이스베이커리 '햇쌀마루'도 운영 중이다.
이성당은 2년 전 인기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6년에 쌀로 만든 100% 쌀빵인 '블루빵'을 개발했는데, '제빵왕 김탁구'에 쌀빵 스토리가 나오면서 이성당이 '제빵왕 김탁구'의 모델이라는 소문이 난 것. 하지만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이성당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만 불러도 부자인 것 같았던 시대가 있다. 배고픈 동네 꼬맹이들이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빵집 앞에 코를 대고 '미래 빵집 주인'을 꿈꾸며 허기를 달래던 1950~60년대 얘기다.
세월이 많이 흘러 어느덧 빵은 부식(副食)이 됐지만 60년 넘게 한자리에서 빵을 구워내며 변함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 있다. 국내 최고(最古)의 빵집, '이성당'(李成堂)에서 대를 이어 훈훈한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는 김현주 사장(사진·50)을 만났다.
◇"공짜도 손님, 남는 빵으로 기부 안한다"
이성당은 1945년 광복을 맞던 해에 전북 군산시에 문을 열었다. 김 사장의 시부모님이 친척과 동업을 하다 1960년부터 단독으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김 사장은 1984년 남편인 조성용 대두식품 회장(56)과 결혼하면서부터 이성당과 인연을 맺었다. 1988년 조 회장이 팥 앙금과 쌀가루를 생산하는 대두식품을 설립하자 김 사장이 이성당 운영을 전담하게 됐다.
김 사장은 월 1~2회 복지시설에 빵을 전달하고, 군산시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온 공로로 올해 초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아름다운 납세자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상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면서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을 실천한 납세자에게 주는 상이다.
김 사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사회공헌'이나 '나눔'이라는 말이 나오면 연신 손사래를 치며 수줍게 웃었다.
"어우, 한 것도 없는데 부끄럽네요. 빵을 좀 나눠먹은 것 밖에 없는데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하니 쑥스러워요. 시부모님이 정기적으로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지역에 어려운 사람들이나 종교단체 등에 빵을 기부해 오셨기 때문에 저도 그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별 일 아니라고 말하지만 김 사장의 빵 기부에는 나름의 확고한 원칙이 있다. 흔히 빵집에서 빵을 기부하면 팔다 남는 걸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성당은 기부를 위해 빵을 따로 만든다. '공짜도 손님'이라는 김 사장의 철학 때문이다.
"제 원칙은 돈 받고 파는 건 돈 받고 팔고, 좋은 데 쓰는 건 따로 한다는 겁니다. 남는 걸로는 기부하지 않습니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갈 땐 따로 주문을 넣어서 빵을 만듭니다. 공짜도 손님이기 때문이죠. 맛이 없다고 할 수도 있고, 혹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신경을 씁니다."
김 사장의 원칙이 확고하다 보니 빵이 남을 것 같은 날도 장사를 모두 마친 후 남는 빵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저녁이 되기 전에 미리 공동체에 보내곤 한다. 김 사장은 "사실은 빵이 잘 팔리기 때문에 남는 날도 별로 없다"며 웃었다.
이성당은 빵 기부뿐 아니라 제과점으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초 무료 음악회도 열었다. 김 사장이 후원하던 지방의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박물관에서 음악회를 열고, 공연을 보러 온 지역주민들에게 사은품으로 빵을 나눠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오케스트라에 간식으로 빵을 후원해오다 지역 주민들에게 그동안 이성당을 많이 이용해 주셔서 고맙다는 취지로 음악회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1년에 한번 정도는 무료 음악회를 열 생각입니다"
◇"소규모 빵집창업 롤모델로 재능기부"
이성당에서 만드는 200여종의 빵 중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앙금빵과 야채빵이다. 앙금빵(1200원)은 평일에 5500~7000개가 팔려나가고, 주말에는 9000~10000개씩 팔린다.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셈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야채빵(1400원)은 평일에 1700여개, 주말에는 2500여개씩 팔린다. 야채빵은 앙금빵과는 달리 준비된 재료가 떨어지면 더 구워낼 수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성당은 현재 20년 넘은 제빵 경력자들을 포함해 직원 60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6억원이고, 올해는 6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일 매장으로 높은 수익을 내다보니 분점이나 프랜차이즈의 유혹이 찾아오기 쉽지만 김 사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분점은 관리가 어려워서 할 수 가 없고, 프랜차이즈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대신 요즘 동네빵집들이 다 어렵다고 하고 제과점 창업이 쉽지 않은데, 성공적인 소규모 빵집의 모델이 될 만한 걸 만들어 보고 싶어요"
김 사장이 구상중인 것은 일종의 '재능기부'다. 내년께 서울에 3~4명이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소규모 쌀빵집을 론칭하고, 오픈 노하우를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빵집을 하나 내려고 해도 투자금, 콘셉트, 근무조건, 디자인 등 신경 쓸 것이 많잖아요. 제가 먼저 운영해 보고 투자금이 얼마나 들었고, 매출은 어떤지 등을 다 공개해 보려고 합니다. 쌀 원재료를 우리한테 공급받는 조건으로 가게 디자인이나 레시피 등도 다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할 거에요."
김 사장은 동네빵집들이 프랜차이즈 업체에 밀리는 가장 큰 이유로 근무여건을 꼽았다.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펴는 프랜차이즈 빵집들에 비해 적은 인원이 일하는 동네빵집은 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빵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공급 받기도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어요. 하지만 소규모 빵집은 그런 게 어렵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문 여는 시간이 길고, 근무여건이 열악할 수 밖에 없죠. '일주일에 한번은 쉴 수 있는 빵집'을 모토로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조그만 제과점의 롤모델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이성당 정도의 명성이면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도 김 사장이 위험을 무릅쓰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뭘까.
"저희는 제과점을 오래했어요. 처음엔 생계 수단이었는데 이걸로 인해 많은 식구가 편안하게 살고 있고, 제과업을 토대로 남편이 하는 팥 앙금 공장도 발전하고 있어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1남2녀를 둔 김 사장은 자녀들이 원한다면 대를 이어 이성당을 물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 대로 자신의 자녀들처럼 한창 공부할 젊은이들을 후원할 계획이다.
"기회가 되면 대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사실 제 아이들을 유학 보내면서 한국에서도 배울 것이 많지만 젊은 애들이 나가서 이것저것 배워보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형편 안 되는 친구들을 해외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 나이에는 금전 부담이 클 텐데 얼마간이라도 나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학비 지원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회공헌을) 더 많이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