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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 러닝 이야기

[50대, 나는 왜 42.195km를 달리려 하는가?] 2편 — 달리기 1년, 나는 무모하게 21km를 달렸다

작성자이소식|작성시간26.06.16|조회수23 목록 댓글 0

2023년 4월 23일.

달리기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1주년 기념으로 하프마라톤에 도전을 했고, 거뜬하게(?) 21킬로미터를 달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달리는 게 너무 좋았고, 그 좋음이 판단을 앞질렀다.

 

겨울을 달려서 건넌 사람

1년 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지금도 신기하다.

2022년 4월 23일, 런데이 앱을 깔고 집 앞 골목에 나섰던 그날. 25분을 걷고 5분을 달리며 2킬로미터를 겨우 이동했던 그날. 그때의 내가 1년 뒤에 21킬로미터를 달리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 사이에 겨울이 있었다.

추운 날에도 나갔다. 영하의 아침에도 러닝화 끈을 묶었다. 입김이 나오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돌아올 때 손이 굳어 있어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겨울을 달려서 건넌다는 느낌. 그 계절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처음으로 겨울을 멋지게 보낸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 겨울 동안 최장 거리는 13킬로미터였다. 1시간 30분쯤 달린 게 최고 기록이었다.

 

그런데 왜 21킬로미터를 달렸냐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달리기 1주년이라는 날짜가 주는 어떤 기념비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겨울 내내 몸이 단단해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숨이 예전보다 덜 찼고, 다리가 덜 무거웠다. 자신감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한 번 해볼까.'

그렇게 나갔다. 13킬로에서 21킬로로, 8킬로미터를 단번에 늘렸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거리는 10% 이상 늘리면 안 돼." 하지만 그때는 그런 거 몰랐다. 그냥 달렸다. 그리고 완주했다.

 

나도 뭔가를 해낸 느낌

21킬로미터를 찍는 순간의 기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뿌듯함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다. 거창한 감동이 아니라, 조용하고 깊은 뿌듯함. '나도 뭔가를 해냈구나.' 50대에, 100킬로그램이 넘던 몸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1년 만에 하프마라톤 거리를 달렸다.

그날 이후 생각이 커졌다.

잘 하면 풀코스까지 가능하겠다. 20킬로미터를 몇 번이고 달렸다. 3시간 30분을 달린 날도 있었다. 욕심이 생기면 사람은 멈추질 못한다. 나도 그랬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몸은 솔직했다.

달리고 나면 무릎이 뻐근했다. 허리가 묵직하게 아팠다. 발바닥이 쉽게 피로해졌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달렸다.

2023년 9월.

결국 몸이 먼저 손을 들었다. 무릎이 제대로 말썽을 일으켰다. 달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쉬는 날이 많아졌다. 달리고 쉬고, 달리고 쉬고. 그 악순환이 시작됐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러닝은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었다. 그냥 신발 신고 나가면 되는 운동이 아니었다. 몸의 신호를 읽어야 하고, 충분히 쉬어야 하고, 욕심을 조절해야 했다. 빠르게만 달리려 했고, 더 멀리만 달리려 했던 나는 그 기본을 몰랐다.

 

하프와 풀 사이

21킬로미터와 42킬로미터.

숫자만 보면 두 배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배가 아니다. 마라톤 완주자들은 말한다. 30킬로미터부터가 진짜 레이스라고. 하프를 달릴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고.

부상을 반복하며 3년을 보낸 나는 그걸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프는 내가 달리기를 사랑하게 만든 거리였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너무 앞서나가서 나를 다치게 했다. 풀코스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더 천천히, 더 영리하게, 몸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걸 배우는 데 3년이 걸렸다.

이제 남은 건, 42.195킬로미터를 향해 제대로 준비하는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3년간 달리고, 쉬고, 다치고, 다시 일어섰던 그 반복의 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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