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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2012년)

3월 9일 -반장 선거

작성자아지|작성시간12.03.11|조회수277 목록 댓글 0

 

 

2012년 3월 9일 금요일

오늘은 반장 부반장을 뽑았다. 수민이, 소현이, 수령이, 윤형이, 수현이, 겨운이가 후보로 나섰다. 반장은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다. 첫째, 담임의 권한을 좀 나눠 갖고서 칠판 귀퉁이에다 ‘떠든 아이 000’를 적었던 초딩 시절의 그 역할! “야 청소해” “얘들아 조용히 하자” 둘째, 일년 내내 뭔가를 걷고 수시로 교무실에 드나들며 담임의 심부름을 하고 학급 수업 분위기 안좋으면 대표로 혼나고 그러는 머슴 내지는 총알받이 역할 셋째, 우리 의견을 샘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이다. “학기말 짜투리 시간이니 영화 보게 해주세요” “이번 체육 시간에교실에서 자습하길 원해요” “고기 뷔페집에서 쫑파티하쟤요”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 그리고 좀 인정하기 싫긴 하지만 생기부에 한 줄 올리려는 스펙 관리 차원으로서의 반장도 분명 있다. 별로 봉사 타입도 리드하는 타입도 아닌데 반장이 되어서 학급 일을 절친 몇 명하고 쿵작쿵작하려는 애들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 반에 어떤 반장이 있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반장은 곤란한지 각자 적어 내고 발표도 한 뒤에야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투표를 했다. 소현이와 수민이는 어릴 때부터 정말 한 번 해보고 싶었고 그 열망이 큰 만큼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소리높여 호소하여 결국 당선 되었다. ‘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망가질 수 있다‘ ’소외되는 친구를 적극적으로 돕겠다‘ ’혹시 선생님들의 불합리한 억압이 있다면 아이들 편에 서서 적극 변호하고 문제 해결을 하겠다‘ ’늘 쓰레기를 줍고 깨끗한 교실 환경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는 등 구체적인 공약들도 있었지만 거의 울듯이 호소하며 “정말 하고 싶다‘라고 말한 두 친구가 뽑혔다.옛부터,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한 수 위라고 했으니 잘 뽑은 거지.

1학년 때 반장은 청소도 빼주고 그랬는데, 마녀는 청소도 안빼줄 뿐 아니라 오히려 반장이니까 청소 당번 아닌 날도 청소하란다. 마녀도 날마다 빗자루 잡고 걸레 들고 청소하니 반장이 그걸 마다할 수도 없겠다.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거듭 강조하는 마녀다운 주문이다. 나머지 구성원들의 인권, 민주적인 측면에서만 수평적인 리더십이 좋다는 주장은 아니다. 리더 한 사람의 철학이나 능력이 늘 구성원 모두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구성원이 가진 잠재력과 창의력을 일일이 이끌어내어 놀라운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똑똑하지 않은 리더가 구성원의 협의 사항을 단칼에 뒤집고 똥고집 가까운 야만을 부릴 때 구성원이 피로와 불행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하고, 결국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어설프게 벤치마킹이나 하며 원칙없이 흔들리는 조악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긴 설명! 마녀는 그런 반장을 뽑아서 낭패 본 적이 있든지 그런 리더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건지 말하면서 점점 흥분한다. 그럴 때는 클라이막스에 도달해 가는 지휘자처럼 너무 진지하고 열을 펄펄 내서 교실은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해 진다. 이래저래 소현이와 수민가 당선 소감에서 “겸손한 태도로 구성원을 존경하겠다”고 힘주어 말한 건 참 당연한 수순이었다.

맞다. 저열한 리더는 강요하고, 평범한 리더는 설명하고, 유능한 리더는 영감을 준다. 우리 모두 소현이와 수민이가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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