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간접독서 Second-Hand Reading
켄트리지는 오래된 책의 페이지마다 그림을 그려서 빠르게 펼칠 때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플립북 형태의 작품을 여러 권 제작하였다고 한다. <간접독서>는 사전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요하네스버그의 크고 헐벗은 나무들과 생각에 잠긴 작가의 모습이 등장한다.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작품으로 드로잉의 소재나 주제보다는 ‘드로잉’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지는 폭발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밑그림>이라는 나의 편협한 사고를 벗어나 드로잉이 예술적 사고의 표현의 본질을 이루는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5. <더 달콤하게, 춤을>의 컷아웃 Cutouts for ‘More Sweetly Play the Dance’
서울관 1층에서 지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옆 벽면과 4전시실 앞 복도에서 마주하게 되는 작품들이다. 서양에는 묘지에서 죽은 이들이 일어나 산 자와 함께 춤을 추는 ‘죽음의 춤 (Dance of Death)’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한 방향으로 긴 행렬의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연관을 찾을 수 없는 사물들을 들고 행진한다.
인종간의 차별과 봉기로 어지러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인권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켄트리지는 철학과 음악, 영화, 물리학, 미술, 무대미술 등 다방면의 장르가 융합된 다층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래서 이 짤막한 글에 소개한 작품이 전부가 아님을 명시한다. 물론 한번 보고서 <아하->라고 이해가 갔던 것도 아니다. 다만 가장 기본적인 기법으로 가장 심각한 밑부분을 건들며 자신이 속한 세계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였던,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음을 밝힌다.
작품에 다가갈수록 작가가 던지는 키워드는 단순하지만 그 내면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시를 통해 내가 속한 사회와 <나>라는 개인, 폭력과 이를 견디는 고통, 예술과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 삶과 죽음 등에 대하여 작가는 관객들에게 융단폭격을 가하듯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폭격을 당해도 절대 쓰러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신기한 시간이니, 꼭 전시관람을 하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
글이 길지 않은데 용량이 제한되어 나누어 기제하게 되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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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단디oo 작성시간 16.01.09 오늘 저도 우연찮게 전시관람을 했는데(아무런 정보 없이) 죽음의 춤 부분에 대해 알게 되어서 기쁘네요. 춤 같지도 않은데 춤이라는 단어로 제목을 만들었길래 궁금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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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HU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1.10 쉽지않은 전시여서 저는 다시 가서 봐야할것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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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단디oo 작성시간 16.01.10 HUR- 저는 작품 보면서 요셉 보이스 생각났었는데..ㅎㅎ 사전 위에 그려진 재정의 된 문구들이 흑백으로 나무에 형상화 되어 아프리카와 형량 등의 주제에서 흑인들의 정체성을 나무와 단어로 표현한 것 같더라구요.
순서대로 안보구 뒤죽박죽으로 봤는데 나무가가장 최근 작품인 것 같던데.. 역시 영상들이 가장 인상이 깊더라구요.
짧은 시간에 확 뭔가를 부여 잡는.. 제작 년도 별로 달라지는 원주민들의 인권 변화도 볼만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고문과 무참히 살해당하는 상황과 함께 들판에서 장례 행렬..
광산노동자, 계급적 착취대상, 그리고 94년도 제작한 영상에서는 차 사고 후에 직접 백인과 흑인이 충돌하며 서로 대등한 관계로 발전 -
답댓글 작성자단디oo 작성시간 16.01.10 HUR- 인권 상황이 만델라 대통령 시기와 오버랩이 되었어요. 망명 관련 작품 시리즈는 백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아요. 물 구덩이 틀 안에서 벌거벗은 임금과 같은 느낌이..
마지막에 전시된 철로 만든 조각상을 보면서 여셉 보이스 특유의 물건들이 오버랩되더라구요. -
답댓글 작성자HU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1.10 단디oo 네. 다시가서 볼때 자세히 고민하며 들여다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