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에서/ 윤소영
밀양강은
풀린 시간의 실타래를
가만히 흘려보내고
절벽 끝, 누각은
갓을 눌러쓴 선비처럼
바람의 결을 짚으며
세월의 문장을 더듬는다
이름 없는 시인들의 숨결이
강물처럼 이어져
지워지지 않는 밤은 흐른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은은한 빛이
천 년의 시간을 씻어 올리고
영남제일루라는 이름은
꽃처럼 번진 별빛으로
하늘에 깊히 스민다
물 한 줄
누각 한 채
시 한 줄
서로를 비추며
나는 그 사이에 서서
고요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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