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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돌탑의 염원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21|조회수15 목록 댓글 0

돌탑의 염원

산길을 걷다 만난 돌탑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숲속 깊은 곳, 나무들이 둥글게 품어 안은 자리에서 돌탑은 말없이 서 있다. 누가 언제 쌓았는지 알 수 없지만, 돌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마음이 얹혀 있다. 그것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 모여 이루어진 작은 성채다.

어린 시절 산에 오르면 돌탑 앞에서 어른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곤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돌 하나를 올려놓으며 소원을 빌었다. 가족의 건강을 빌기도 하고,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며, 먼 길 떠난 자식의 무사함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저 하나의 풍습으로만 생각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쯤의 염원을 품고 살아간다. 이루고 싶은 꿈도 있고, 지키고 싶은 사람도 있으며, 차마 말하지 못한 기도도 있다. 돌탑은 그런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형상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바라보니 돌들은 제각기 모양이 다르다. 둥근 돌도 있고, 모난 돌도 있으며, 손바닥만 한 작은 돌도 있다. 그런데도 서로 기대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다. 마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과 닮았다.

인생은 혼자 쌓아 올리는 돌탑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 이웃의 따뜻한 손길이 차곡차곡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모습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조심스러워진다. 작은 돌 하나를 올리는 일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삶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것을 갖게 되지만 그만큼 마음의 중심도 중요해진다. 욕심은 탑을 무너뜨리고, 겸손은 탑을 오래 서 있게 한다.

숲은 조용하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새 한 마리가 멀리서 울어도 돌탑은 흔들리지 않는다.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비를 맞고 눈을 견디고 바람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돌탑은 세월이 만든 수행자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기도는 언제 이루어질까. 간절히 빈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도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를 위해 두 손을 모으는 순간, 이미 마음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선해진다. 돌탑에 돌을 올리는 행위 역시 소원을 하늘에 맡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의식인지 모른다.

숲속의 돌탑은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병든 부모를 걱정하던 자식의 기도, 시험을 앞둔 학생의 간절함, 사랑하는 이를 위한 소망, 그리고 말 못 할 눈물들까지. 수많은 사연이 돌과 돌 사이에 스며들어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을 것이다.

문득 돌 하나를 들어 올려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거창한 소원은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건강하기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다시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이 오래도록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돌탑 위에 내려앉는다. 초록 숲은 더욱 깊어지고 돌들은 따뜻한 빛을 머금는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세상은 아직도 희망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누군가를 위한 기도 한 줄, 작은 친절 하나, 그리고 돌 하나를 올리며 품는 따뜻한 마음 속에 있다. 돌탑은 그것을 말없이 가르쳐 준다.

산을 내려오며 몇 번이나 뒤돌아보았다. 숲속에 서 있는 돌탑은 여전히 묵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래서 돌탑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다. 그것은 세월이 쌓아 올린 기도의 집이며,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고,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믿음의 상징이다. 오늘도 숲속의 돌탑은 말없이 서서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을 하늘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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