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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페퍼 : 검정치마 인터뷰 -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딱 중간의 매력

작성자루삐쌀|작성시간09.01.22|조회수524 목록 댓글 0

 

 

2008년을 마무리하는 12월 한 달 동안 음악 관련 사이트에서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이름이었고, 칼바람을 뚫고 앨범을 사려고 갔는데 '품절'이라는 얘기에 뒷목을 잡아야했고, 누군가의 헛기침으로 10번 트랙이 끝나는 동시에 자동으로 재생 버튼에 손이 가고 있다. 모두 '검정치마'의 앨범 [201]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턱대고 '좋아해줘'라며 관심을 끌더니, '시간은 스물아홉에서 정지할거야'라든가 '너는 음악보단 엄마 말을 들어야했어'라며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며 귀를 뗄 수 없게 만드는 검정치마는 쭉 펑크를 좋아했고 또 펑크밴드를 해왔던 조휴일이 티비에서 우연히 'Built to Spill'을 보고 '꼭 디스토션 안 걸어도 되는구나, 꼭 기타를 빨리 칠 필요는 없겠구나'라며, 천천히 기타를 치고 멜로디와 가사를 생각하며 노래를 쓰면서 시작됐다고 해요.

음악 하는 환경 하나만 생각해도 미국에서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왜 굳이 한국에 오게 됐을까요? "우선은 한국말로 노래하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어요. 또 90년대 한국 펑크씬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어서, 내가 저 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도 있었구요." 그리하여 2007년 데모를 들고 와서 공연도 잠시 했지만, 그 당시 함께 했던 멤버들이 교포, 유학생이라 체류 상의 문제가 있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마침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서부로 이사 갔던 친구가 다시 동부로 돌아오는 2주의 시간을 함께 하며, 앨범을 녹음해서 다시 한국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루비살롱레코드의 연락을 받고 인천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그 자리에서 계약, 지난해 11월 앨범 [201]을 발표하게 됩니다. 거기다 이제 동네 치킨집 아저씨가 "네이버에서 봤어(오늘의 뮤직 '이주의 국내앨범'에 소개)"라고 말을 걸고, 미용실에서 "가수시죠?"라는 질문을 받게 됐지요. 류영(베이스), 사샤(키보드), 정경용(드럼)을 만나 꾸준히 라이브를 하며 호흡을 맞춰가고 있기도 하구요.

검정치마의 음악을 들으며 드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묘하게 가요와 인디의 중간의 느낌(그러니까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지만도 않다고 할까요)이라 어떤 친구에게도 좋아할 거라며 들어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제 의도가 성공한 거네요. 근데 요즘 2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1집은 대중적인 면도 생각하고 만든 게 사실이지만, 스스로 너무 깔끔하고 Hi-Fi라고 느끼기도 하니까요. 지금 마음으로는 2집은 더 편하고 더 거칠고 날 것의 감정을 담고 싶어요. 또 전에는 생활처럼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곡은 썼는데(나중에 버리게 되더라도), 한국에 온 이후로 아직 새로운 곡을 못 썼어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재미로 하던 것이 '일'이 되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빨리 집에도 가고 싶고, 새 노래를 써서 2집 작업도 하고 싶어요."

또 한 가지 검정치마의 주목 포인트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가사. (검정치마 이야기를 시작하며 말했던 '가슴 뜨끔했던 가사'들은 종종 일상의 대화에서 활용까지 하고 있다는) 앨범에 가사가 없어서 듣는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201] 첫 곡인 '좋아해줘'에서만 살펴보자면 "뜨거운 멜론으로 믿음을 줘 (원래 가사는 '뜨거운 말로 믿음을 줘')", "니 티비 속으로 날 숨겨주겠니 (원래 가사는 '니 피부 속으로 날 숨겨주겠니')" 등. "가사에 대해서 좋은 평을 들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써야 문법에 맞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썼거든요. '나근대는 목소리로 속삭여야 해'에서 '나근대는'도 어떤 트로트 노래에서 들은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없는 단어였고, '스무살이 되고 싶진 않었어'에서 '않었어'가 맞는 줄 알았는데 '않았어'가 맞는 거더라구요. (웃음)"

이처럼 매력 가득한 앨범 [201]로 크게 환영 받고 있는 검정치마에 대한 오해를 한 가지 풀자면, 앨범 리뷰에 자꾸만 '브릿팝의 영향'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사실 조휴일은 "영국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다"고 해요.

"혹시 인디음악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면, 입문과정(?)으로 무난하지 않을까 싶은" 검정치마의 매력을 앨범으로 충분히 즐겼다면, 끊임없이 공연을 하며 발전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당장 이번 달만해도 29일에는 상상마당에서, 30일에는 DGBD에서, 31일에는 빵에서 검정치마의 라이브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민트페이퍼 / 글_진문희, 사진_루비살롱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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