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수 문학 秀 여름호 발표작 펜트하우스 외 1편
펜트하우스 외 1편
최연수
아파트 짜투리 텃밭에
매번 흔들리는 고단한 근심 아버지를
말뚝 박아둔 바닥에 고정해요
벨트 같은 햇살은 거르지 않아야 할 점심인걸요
총채랑 응애가 살랑이며 아버질 끌어안으면
천둥 번개 호통으로 망치질 하지요
빗소리가 굿거리 장단으로 두드려 질 때마다
한 층 씩 높아지는 건물
구름에 가까워질수록 촘촘히
푸르게 반짝이는 가족들 눈망울
아버지를 뜯어 먹어요, 입맛과 무관하게
등에서 바다를 길어올렸는가
란탄강 쯤에서 외줄 타기를 즐기던 아버지
저녁 어스름 가족들 입에
뜯어 먹혀야 올려지는 펜트하우스
조롱조롱 빛나던 세상 근심 질겅질겅 씹히죠
숨가쁜 더위 속
절여 있던 땀내마져도 밤이 환하도록
백만개의 사라진 혀
혓바닥이 사라졌다 숫자 몇 개로 호출만 하면 뛰어나와 내 귓불을 핥던, 야구 중계를 해주던, 활황의 증권지수를 보여주던, 뉴스로, 드라마로, 천 개의 돌기로 내 몸속을 뒤지고 다니던 전지전능한 혓바닥이 감쪽같이 내 손을 빠져나갔다
혓바닥이 사라졌다 격자무늬 창을 넘나들던 아득한 시간들 질척거리는 수소문이 핸드백, 책상 서랍을 검문하고, 손바닥의 나침반을 지웠다 새겼다 초록, 노랑, 분홍의 언어를 휘갈기며 혀를 감았다 풀었던 수많은 나날들 누워 있던 내 혓바닥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명부전에도 이름 올리지 못한 혀, 지하철에서나 화장실에서, 강의실에서, 은행에서 수시로 나를 불러 세우던 그가 사라졌다 잃어버린 시간의 뿌릴 찾으러 콩브레로 간 것일까 우기의 너른 밀밭을 거슬러 내 아비와 애인의 혀를 잘라먹던 바람의 귓불 지나, 무료한 하루에 십전짜리 잽을 화르르 날리던 허공 지나, 내가 가끔 꺼내어 만지작거리던 저녁 어둠 지나
내 짧은 혀를 거부하고 달아난 혓바닥, 땅 이 끝에서 하늘 저 끝까지 훑고 지나가던 혓바닥, 바꿔? 말을 바꿔 탄, 그가 내 목에 단단한 바람의 고리를 채운다
약력 ; 2008년 서정시학 등단, 한국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서정시학회,
서설 시 동인, 형상시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