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연 <문학秀> 여름호 발표작 . 한 달에 한 번 외 1편

작성자윤배박셈|작성시간26.06.20|조회수14 목록 댓글 0

 

한 달에 한 번 외 1편

 

               오상연

 

추위를 막아주다가 그늘을 나눠 주는

거대한 바위 아래 앉아

지는 해를 등지고

한 여자 손톱을 깎는다

 

이리저리 튀는, 딱딱하고 탄력 있는

뼈의 일부를

살점 밑까지 갈아내고 나서야 온순해진 그녀는

돌창 들고 밖으로 나간

남자를 기다린다

 

이름 모를 행성들이

창끝에 찍혀 퍼덕이는 물고기 비늘에서

그녀 새 이름을 가질 때

잘못 깎은 약지에서

흐르는 피조차도 혀로 맛보는 그녀

 

혼자 남겨둔 외로움도, 쌓여왔던 서운함도

한순간에 지워지는 순간이다

 

미련 없이 잘린 손톱이 튀어 나간 자리에서

다시 해맑게 뜨는

초승달

 

 

 

 

녹슨 시계 다루기

 

 

 

동東으로 가라면 서西로 내달리며 강짜 부리던 자식을

낯선 산골짝에 두고 와서는

몸집 작은 어미 눈 퉁퉁 부어올랐다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출입문 비번을 눈물로 누르자

아들 방 축축하게 누워있는 이불은

침대를 친친 감았다

 

덮어주려 할수록 발치로 밀려나던 이불

식지 않던 고열에도 설친 밤들은

어미의 눈에서, 아직도 물기가 마르지 않았던 것인가

 

사내 냄새 물씬한 방안에서

첫 휴가 올 밤송이머리 아들 기다리는 어미는

되받아치던 반항기 아들의 말 보다

고요 그 자체가 뼛속을 더 시리게 했다

 

두려움의 숲속에 어제 아들을 던져두었으니

투정의 흔적을 말끔하게 문질러 닦고 돌아오길 바랄 뿐

 

아무리 느릿느릿 가는 게 국방부 시계라 해도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빠르게 순종하는 법을 배워 돌아올 테니

 

가족사진 옆 거실 벽에 걸린 시계의 태엽을 어미는

해바라기 꽃잎 순서대로

한 바퀴 두 바퀴 재빨리 감아도 보는 것이지

 

 

▶약력:《모던포엠》 신인추천상 등단. 대구시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2025년 청송객주문학상 은상 수상. 시집 『그리워할 수 있었음에』 『정오의 붓꽃』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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