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라토너 한마디

마라톤 우울증 - ‘러너스 블루’를 아십니까

작성자이영란|작성시간10.10.19|조회수694 목록 댓글 2

마라톤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중앙마라톤 이후에 쓰려 하다가 완주기를 읽고 순서를 바꿨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도 지난 봄 동아마라톤이 끝난 후에 후유증을 앓았다.

“다 끝났다”는 시원함과 함께 뭔가 모를 허전함이 찾아왔다. 이유 모를 무기력증에도 시달렸다. 지난

겨울훈련을 하면서 ‘이번 동아마라톤에서는 최고 기록을 세우리라’ 마음먹었지만 실제로는 내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2분이 늦었다. 기록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걸까 생각해봤지만 반드시 그런 때문

만은 아닌 듯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의외로 마라톤대회 이후에 ‘마라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라톤이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

만, 마라톤 대회 후 우울증이라니….

 

심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느낌이 크리스마 다음날인 12월 26일에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지적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본 후 “이제 뭘 하지?”라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몇 개월 동안의 훈련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희열 후에 느끼는 허탈감은 누구나 갖는 당

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뉴욕마라톤 우승자인 알베르토 살라자르는 대회 우승 후 여러 날 동안 우울했으며 다시 달리러 나

때 울고 싶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작가이자 마라톤 마니아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마라톤 우울증을

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마라톤 우울증을 일컫는 ‘러너스 블루’는 바로 하루키가 ‘러너스

하이’에 빗대서 만든 단어다.

국내의 마라톤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도 있다. “마라톤 완주 후 기분화‘에 대해 ”공허감이 있거나

매우 공허하고 허탈하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마라톤 우

울증을 느끼는 것일까. 조사 결과는 없지만, 대범한 사람보다 소심사람, 이성적인 사람보다 감성적

인 사람에게 더 많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라톤 우울증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마라톤을 너무 사랑해서(?) 오는 증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마라톤 대회 후에 느끼는 허전함(또는 미션 완료에 따른 공허감)에서 벗

어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마라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최대한 빨리 육체적인 피로에서 회복돼

야 한다고 말한다.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들은 가능한 한 피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거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또한 지금까지 소홀히 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마라톤을 100회 이상 완주한 번스-프라인은 “달리는 즐거움을 되찾으라”고 충고한다. 다시 말해 달리

고 싶어서 달려야지, 해야 되기 때문에 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뛰기 시작할 때 달리기를 즐

기는 정도에서부터 시작하라. 내 경우는 마라톤 후의 달리기가 매우 즐거웠다”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라톤에 대한 충고를 새겨볼 필요도 있겠다. “기록도 순위도 평가도 모두 부차적

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

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마라톤은 육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어떤 운동보다 정신적인 면이 동반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더욱 사, 사, 사, 좋아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전섭 작성시간 10.10.20 우울증-저는 풀한번 뛸려면 겁이나서--빨리뛰어야한다는 강박감때문에..우울증 생각 겨를이 없는데...잘보고갑니다..
  • 작성자이상욱 작성시간 10.10.21 ㅎㅎ 어찌 생각허면.. 쉽게생각하면 ...그냥지나가는 과정일수도... 성향에따라 당연히 다르지만 말입니다
    "" 기록도 순위도 평가도 부차적인것에 지나지않는다"" 이말에 절대 동감합니다
    다만 살다보면 모든일이 생각만있을뿐 그리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쉽지는 안터라구요
    ""대범한 사람보다 소심한 사람, 이성적인 사람보다 감성적인 사람에게 더 많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말씀 단지 선배님 생각이시지요?? ㅎㅎ 조사된바 업는거 맞지요...ㅎㅎ 얼큰이를 아껴 주시는 충고에 감사드리며 좀더 마라톤을 즐길줄아는 성숙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