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향해 수면을 넘어
김기택
버스가 선다. 반쯤 쓰러졌다가
비명을 밀치고 밟으며 간신히 일어선다.
빽빽한 사람들 틈에 낀 모가지를
강제로 뽑아내 차창을 내다본다.
무언가 쌓여 있다 장작더미처럼.
빼곡하게 쌓여 있다 유리 상자 안에.
느릿느릿 구불거리고 있다.
가만가만 우글거리고 있다.
머리를, 자꾸 머리를 쳐들고 있다.
수면을 향해 수면을 넘어
알록달록 빛나는
연탄구이 산꼼장어를 향해.
—《작가세계》2014년 봄호
베개
귀가 두근거린다
옆으로 누운 귀에서 베개가 두근거린다
베개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난다
동맥이 보낸 박동이 귀에서 울린다
두근두근이 들어오고 나가느라
베고 있던 머리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베개와 머리 사이엔 실핏줄들이 이어져 있어
머리를 돌릴 수가 없다
숨소리들이 모두 입술을 벌려
베개에서 나오는 두근두근을 마시고 있다
고막이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잠든 귀를 지나 꿈꾸는 다리로 퍼져간다
소용돌이치는 두근두근을 따라
온몸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한국문학》2014년 여름호
-------------
김기택 / 1957년 안양 출생. 1989년〈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소』『껌』『갈라진다 갈라진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