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 / 이상국

작성자김 명|작성시간11.03.20|조회수1,192 목록 댓글 0

물푸레나무에게 쓰는 편지 / 이상국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네 몸은 프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꽃이다 

오월이 오고 또 오면 

언젠가 우리가 서로 

몸을 바꿀 날이 있겠지

그게 즐거워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봄나무 / 이상국


나무는 몸이 아팠다
눈보라에 상처를 입은 곳이나
빗방울들에게 얻어맞았던 곳들이
오래전부터 근지러웠다
땅속 깊은 곳을 오르내리며
겨우내 몸을 덥히던 물이
이제는 갑갑하다고
한사코 나가고 싶어하거나
살을 에는 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이
그를 못 견디게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헌데 자리가 아플 때마다
그는 하나씩 이파리를 피웠다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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