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성다영
오늘은 무엇을 할까
아무것도 정하지 말자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을 거야
걷다가 나타난 동물과 아이가 입장 불가능한 카페
이 카페에 동물과 아이가 들어올 수 없게 된 일화를 듣는다 주인이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길을 따라간다
그러면 누구 탓도 아니다
관리되지 않은 식물원이다
식물이 햇빛에 말라 죽어간다 식물원 옆에 압화 전시관이 있다 압화 전시관에서 더위를 식히며 작품 설명을 대충 읽는다
우리는 배가 고파져서 살아있는 식물보다 죽은 식물이 더 많은 식물원을 빠져나와 조금 가고 싶었던 음식점에 간다 음식점의 문이 닫혀 있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김밥을 먹는다
네가 너무 좋다며 손뼉을 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행복하다
⸺계간 《모:든시》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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