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에 사물을 올려놓는 밤입니다/ 신영배

작성자김명|작성시간19.08.15|조회수117 목록 댓글 0

달 위에 사물을 올려놓는 밤입니다

 

   신영배

 

 

 

달이 창 안쪽에 뜰 때

달이 책상 위나 소파 위에도 뜰 때

나는 누워서 손끝을 새로 짓습니다

달 위에 사물 올려놓기

꽃병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어긋나고, 꽃병이 깨집니다

깨진 꽃병을 줍다가, 읽다가,

안다가,

구두를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미끄러지고, 구두는 떨어져 내립니다

떨어져 내리는 구두가 되어

쓰다가, 날다가

찻잔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쓰러지고, 찻잔이 물을 쏟습니다

귀로 들어오는 물

물방울과 음악

뜨다가, 가라앉다가,

손끝의 말

향기로운 사물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어긋나고, 미끄러지고, 쓰러지고,

매일 실패하는

아주 희미한 건반 위에

달이 뜰 때

꽃병과 구두와 찻잔이 소리를 내고

꿈과 악기

어긋나고, 미끄러지고, 쓰러져도

 

 

                      ⸺《한국문학2019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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