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에 사물을 올려놓는 밤입니다
신영배
달이 창 안쪽에 뜰 때
달이 책상 위나 소파 위에도 뜰 때
나는 누워서 손끝을 새로 짓습니다
달 위에 사물 올려놓기
꽃병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어긋나고, 꽃병이 깨집니다
깨진 꽃병을 줍다가, 읽다가,
안다가,
구두를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미끄러지고, 구두는 떨어져 내립니다
떨어져 내리는 구두가 되어
쓰다가, 날다가
찻잔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쓰러지고, 찻잔이 물을 쏟습니다
귀로 들어오는 물
물방울과 음악
뜨다가, 가라앉다가,
손끝의 말
향기로운 사물을 달 위에 올려놓습니다
어긋나고, 미끄러지고, 쓰러지고,
매일 실패하는
아주 희미한 건반 위에
달이 뜰 때
꽃병과 구두와 찻잔이 소리를 내고
꿈과 악기
어긋나고, 미끄러지고, 쓰러져도
⸺《한국문학》 2019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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