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상징적 표현기법
3. 원형적 상징을 응용하는 경우
원형이란 가장 보편적인 상징이 될 수 있다. 융에 의하면, 원형을 사용하는 시인은 그 자신의 목소리보다 한결 강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예전의 시에서는 시인의 잠재의식에 의하여 원형적 상징들이 간접적으로 시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원형적 상징의 세계를 작품 속에 투영시켜 시창작을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처음으로 시를 쓰려는 사람은 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형적 상징의 주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물(바다) - 창조의 신비, 탄생, 죽음, 부활, 재생, 어머니
2) 태양 - 자연의 법칙, 시간의 인생의 경과
3) 원 - 전체성, 생산, 풍요로움
4) 대지 - 어머니, 생산, 풍요로움
5) 바람 - 호흡의 상징, 공포
6) 사막 - 정신적 불모, 죽음
7) 십자가 - 고난, 고통, 시련
8) 봄 - 새벽, 탄생
9) 여름 - 인생의 절정기, 낙원
10) 가을 - 몰락, 비극, 영웅의 패배
11) 겨울 - 밤, 혼돈의 세계
이를 구체적인 시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바다 위에서 눈은
부드럽게 죽는다.
죽음을 덮으며
눈은 내리지만
눈은 다시
부드럽게 죽는다.
- 허만하, <데드마스크> -
위 작품의 경우 물이 이 시의 주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물이 갖는 원형적 이미지가 탄생과 소멸 등 순환론적 질서에 따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시는 대표적인 원형적인 모티프를 차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원형적 이미지는 자연현상 이외에 다음과 같은 신화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요, 오장환이요. 나의 곁을 스치는 것은, 그대가 아니요, 검은 먹구렁이여, 당신이요.
외양조차 날 닮았다면 얼마나 기쁘고 또한 신용하리요.
이야기를 돌리오. 이야길 돌리오. 그대의 동족뿐이요.
그대의 피는 거멓다지요, 불지를 않고 거멓다지요.
음부 마리아모야, 집시의 계집애모양,
당신이요. 층층한 아구리에 까만 열배를 물고 이븡의 뒤를 따른 것은 그대 사탄이요.
차디찬 몸으로 친친이 날 감아주시요. 나요, 카인의 末裔요. 병든 시인이요.
벌이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능금을 따먹고 날 낳았소.
- 오장환, <불길한 노래> -
인용시는 아담과 이브의 전설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즉 아담과 이므, 카인, 능금 등이 원형적 상징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인데, 결국 이 시는 인간의 근본적으로 죄를 짓고 태어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자연적 질서뿐 아니라 신화라는 모티프를 이용하여, 이를 원형적으로 응용해서 작품이 씌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