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이기철
오늘 내 발에 밟힌 풀잎은 얼마나 아팠을까
내 목소리에 지워진 풀벌레 노래는 얼마나 슬펐을까
내 한눈 팔 때 져버린 꽃잎은 얼마나 내 무심을
서러워했을까
들은 제 가슴이 좁고 산은
제 키가 무겁지만
햇빛 비치는 곳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삶도
크고 있다
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걸어간 길의
낙엽 한 장도 쓸지 않았다
제 마음에도 불이 켜져 있다고
풀들은 온종일 꽃을 피워 들고
제 마음에도 노래가 있다고
벌레들은 하루 종일 비단을 짠다
마른 풀잎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따뜻하다
나는 노래보다 아름다운
풀꽃 이름 부르며
세상길 간다
제 몸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고
제 사랑 있어 세상이 밝다고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