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소파 방정환 선생이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복면강도가 불쑥 들어와 시퍼런 칼을 들이댔다.
“꼼짝 말고 손들어!”
그러자 방 선생이 말했다.
“아니, 꼼짝 않고 어떻게 손을 든단 말이오?”
강도가 주춤하며 말을 바꾸었다.
“그럼, 손들고 꼼짝마. 더 잔소리 말고 돈이나 내놔. 아니면 죽여 버릴 거야.”
방 선생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책상 서랍을 열고 390원을 내놓았다.
당시 390원이면 큰 돈이었다.
“내가 가진 돈은 이것이 전부이니 가져가시오.”
주인이 태연하게 돈을 주자 도둑이 불안해졌다.
그래서 얼른 도망가려고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방 선생이 소리를 쳤다.
“여보시오. 돈을 주었으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할 것 아니오?”
깜짝 놀란 이 강도가 가슴을 쓰다듬으며 욕을 퍼부었다. “그래, 고맙다. 이 ○○야!
날이 밝아지자, 강도와 순경이 찾아왔다.
“선생님, 간밤에 많이 놀라셨지요?
이 사람이 선생님 댁에서 강도질했다고 하기에 확인하러 왔습니다. 맞지요?”
순경이 묻자 방 선생이 차분히 말했다.
“아, 이 사람 말이오? 어젯밤에 우리 집에 왔었죠. 그런데 돈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사정이 딱해 보여서 내가 390원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갔는데요.”
순경이 의아해하면서 “이 사람이 분명히 선생님 댁에서 돈을 훔쳤다고 자백을 했는데요?” 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방 선생은 태연히 말했다. “아니, 이 사람, 그렇게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 내가 돈을 주니까 인사까지 하지 않았소? 돈을 훔쳐 가는 도둑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법이 어디 있소?” 순경은 할 수 없이 강도를 풀어 주었다.
순경이 돌아가자 강도는 방 선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세상에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눈물을 흘렸다. 방 선생은 강도의 등을 두드리면서 “일어나시오. 사람이 어렵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마시오”하고 타일렀다.
그러자 강도가 방 선생에게 간청했다. “선생님, 저에게 소원이 있습니다. 선생님 곁에서 평생 선생님을 섬기며 살게 해주십시오.” 그 후 강도는 죽을 때까지 방정환 선생 집안 일을 도우며 살았다.
'레미제라블' 처럼 멋진 이야기다.
요즘도 가능한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