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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길목에서

작성자용진|작성시간26.06.06|조회수53 목록 댓글 0

고향의 길목에서
~풍운~

눈 감으면 닿을 듯한 그곳
굽이굽이 바닷가 둘랫길 돌아서면
어머니의 등처럼 푸근한 산자락이
나를 반기네
인적은 뜸한 데 어린 날의 발자국이
흙먼지 되어 날리고
오래된 당산나무 굵은 주름 사이로
동무들과 뛰놀던 웃음소리 배어있고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굴뚝마다  샛노란 벼 익는 냄새로 번지던 그리움
세월의 강물에 씻겨 무뎌진 꿈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 길 위에서
서성거리니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애틋한 이름,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인 고향이여.

잠든 자식 행여 깰까 봐 발뒤꿈치
소리 죽여 새벽을 여시던 아버지
등 뒤로 묻어온 흙냄새는 하루를
견뎌낼 가장 든든한 등불이었습니다.
귀한 아들 험한 일 안 식킨다고 쟁기
써래  똥장군 못 잡게 하시던 아버님의 마음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학교 마치고 오는 길, 출출한
배를 알아채고 처마 밑에 매달린 
바구니에서 감자 하나 고구마 하나
옥수수 하나까지
투박한 손으로 내어주시던 어머니의 마음은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양식이었습니다.
밭두렁에 보리 눕혀놓은 날
먹구름 몰러오면
보릿단 머리에 이고 바람을 가르던 누나들의 뒷모습 비바람보다 앞서 달려가던 그 사랑들이 겹겹이 쌓여 오늘의 내가 무사히 꽃을 피웠습니다.

모내기 철 흙탕물 속에서 머리꼿꼿
세우고 똬리 튼 뱀과 거머리의
기억 종일토록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논배미를 훑던 형수님들의 굽은 등 그 헌신으로 벼는 익고
세월은 흘렀건만 이제는 뵐 수 없는
이름들이여 고향 길 다시 찾아 산천을 둘러보아도 바람만 무심히 텅 빈
골목길을 쓸고 지나가네
꽃은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예와
같건만 정겨웠던 얼굴들은
어디로 갔는가 파도소리 물길도
논밭 길도 그대로인데 나를 반기던
눈빛들만 간데없어 그리움은 묵은
논두렁 위로 짙은 안개로 내려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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