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 / 정순준
어디쯤 왔을까 문득 뒤돌아보니
함께 걷던 사람들은 하나둘
어느새 하늘 아래 먼 풍경이 되었고
귓가를 맴돌던 웃음 소리는
바람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었다
젊음은 잡을수록 멀어지는 노을이 되어
주름진 손등에 아련한 그리움만 남겼다
기쁜 날보다 견뎌낸 날이 더 많았고
웃음보다 삼켜야 했던 눈물이 더 깊었던
세월
그래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기다려 준 사람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저무는 하늘 아래
낮선 길 하나 마주 서 있지만
가슴 한켠에 못다한 이야기들이
별처럼 박혀있어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들은 저녁놀 속에
붉게 젖어 내린다
처음 가는 길이라
두렵고 쓸쓸할 때도 있으나
눈물로 건너온 세월이
작은 등불 하나 밝혀 주리니
나는 오늘도
남은 생의 작은 불씨를 품고
붉게 물든 노을 속으로
천천히
가야할 길로 들어선다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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